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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너머 사람 - 살고 싶은 사람을 삶과 연결하는 마지막 상담소
하상훈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평점 :
#목소리너머사람
#도서제공
십여년전에 나는 스스로 삶의 지속여부를 선택하고자 했었다. 내적으로 나는 자존감이 무척 낮은 상태였고 끝없는 우울감에 빠져있었던 나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던 나는 몇주동안 떨어져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 집으로 돌아갔다.
나에게 가장 좌절스러웠던 건, 전화해서 상황을 말할 수 있는 그 한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힘들어" "우울해"라고 말하는게 누군가에게 짐을 뒤집어씌우는 것 같은 느낌에 내 스스로 고립되어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누군가에게 짐을 지울까 미안해서 그 누구에게도 전화 할 수 없는 나의 상태가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엉엉 울며 미안하다고, 앞으로 그러지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목소리 너머 사람>의 표지를 보면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전화기를 소중하게 꼬옥 쥐고 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더 보고싶었던 책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간절했던 부분이어서 더 그랬다.
이 책은 생명의전화에서 40년 가까이 활동해오신 하상훈 원장님이 쓴 책이다. 책은 '발신자', '수신자', '남은 자' 세 파트로 구성이 되어있다. 자살률 통계에 대한 이야기부터 상담했던 분들 사례, 전화봉사를 한 봉사자분들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OECD 국가 중 20년 넘게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 통계수치에 놀라고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지만 어느새 나도 무뎌진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그 무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던 바로 남겨진 사람들, 유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편견을 갖고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닌 온전하게 슬퍼할 수 있는 권리를 사회가 보장하고 있었는지, 다시 공동체 속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돌보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목소리 너머 사람>은 누군가를 특정한다기 보다 모두가 봐야할 책이다. 특정한 누군가만 힘든 것이 아니라 언제든, 그게 내가 될 수 있고 소중한 내 주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공감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연결지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기사를 보던 중 내 눈을 의심했던 기사 제목이 있었다. '학폭 호소 뒤 자해… 반성문 요구 논란' 이었다.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했던 학교에서 두 차례 자해를 시도했는데 학교에서 반성문을 써오라고 요구했다는 것이였다. 해당 학생은 '제 행동으로 학급에 피해를 줘서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이전보다 사회적으로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있는가. 어떻게 사회시스템을 더 보완하고 어떻게 서로를 돌볼지 온 세상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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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충고가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과 고통을 들어주고 이해해줄 누군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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