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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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가제본을 받고 읽고 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이, 앞으로가 예측이 참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이나 각종 자기개발서에서는 더 더 더 많이 준비하라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준비해야 하고 그 준비에 내 삶을 갈아 넣어야 하는지, 50을 더 살고도 모르겠다.

 

그렇게 준비를 해도 안되는 것이 허다하다. 특히,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국가적 흐름 앞에서는 뭐를 준비해도 안된다. 그래서 그 역사가 국가의 큰 방향이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개인에 따라 그 영향의 크기도 다른 법이다. 즉 받아들이는 것도 개인의 몫인가 보다.

 

얼마전 김연수 작가의 작품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반도에서의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개개인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긴 호흡의 질문을 했고, 사유를 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작년 123일 이런 사건을 격었다. 아니 여전히 격고 있다.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역사적 사건 한복판에 서 있다.

 

나는, 물론 우리는, 그날로부터 국회 탄핵소추 부결, 가결, 대통령(나는 그의 이름을 떠올리기 싫다. 몸서리 치게 싫다) 체포, 법꾸라지의 농간으로 인한 탈옥, 그리고 길고 길었던 헌재 파면,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

 

지난 6개월이 얼마나 길고, 지루하고, 두렵고 몸서리를 쳤는지 모른다. 6개월이 걸렸다. 기적과 같이 6개월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 이렇게 길었던 6개월이 있었나 싶다. 아마 앞으로 살아갈 날 중 이런 6개월은 없으리라, 아니 없어야 한다.

 

창비클럽 회원으로 신작 가제본을 받고, 읽었고, 그리고 글을 남긴다. 가제본 책을 손에 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가제본은 잡을 때는 기분이 다른다. 당연하지만 뭔가 완성되지 않은, 단지 옷만 바뀔 뿐인데, 내용은 같을 것인데, 손에 잡히는 느낌이 다르다.

 

책 제목 작은일기”, 작가는 작년 123일의 밤부터 올 51일까지의 간단한 일기, 메모 형식의 글이다. 날이 가는 순서대로 사실(?)에 근거해 하루하루를 적어 내려갔다. 글을 읽으며 순간순간이, 거의 모든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 올랐다.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123, 저녁에 와인을 한잔하고 기분 좋게 비스듬히 누워 TV를 보는데, 게엄을 선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내가 술이 과했나 ?, 정신을 차리고 유튜브를 같이 틀고, 발을 동동거렸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손에 차키를 쥐고 운전할 수 있나 ? 어떡하지,,,,, 그렇게 국회의 게엄 해제 소식을 듣고, 그래도 여전히 차키를 손에 쥐고, 술이 깨어야 하는데, 하며 밤을 지세웠다.

 

아침이 밝았으나,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하긴,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그러지 않았을까 ? 하지만 이건 내 착각이었다. 사는 곳이, 다니는 직장이 보수 우익에 편향된 지역이고 직장이라 오죽하면 대통령이,,,,, !!! 사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이러한 기억을 작가는 그의 담담한 글로 풀어내고 있다. 감정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터인데, 작가는 흔들리고 불안한 작가의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하여 작가도 어떤 경우는 일기라 했고, 어떤 경우는 메모라 했다. 그리고 작가는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글을 내려갔다.

 

작가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무엇보다 세월호, 이태원의 아픔을 몸으로 받아내며 몸으로 겪으면서, 그리고 회복을 체득한 탓이기도 했을 것이다. 글 속에 스며들어 있던 작가의 분노를 밖으로 풀어내지 않고 담아내는 것을 보면서, 또 공감했다.

 

나 역시 그랬다. 억지로 책을 읽었고, 하는 일에 집중하려 일부러 노력했다. 같이 책 읽는 사람들과 좌절했고, 더러는 기뻐도 했다. 축배도 들었다. 특히, 탄핵소추가 부결되는 그 순간 다들 모여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고자 한 날이었다. 결국 책에 대해 한마디로 못하고, 씁쓸하게 와인만 부었던 날을 작가의 글을 읽으며 떠 올렸다.

 

차디찬 겨울 대구 동성로 아스팔트 바닥의 찬기운을 기억하고, 많은 시민이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 한남동 바닥에서 지켜나간 이들을 기억하고, 파면선고가 있던 44일 그 전주의 광화문에 불어 닥친 찬바람을 기억한다.

 

지나간 일이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6개월이었다. 온탕과 냉탕이 아니라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한 6개월이었다. 작가는 51일 일기를 아니 메모를 남긴다. 역시의 신 적패세력의 이름을, 따박 따박 적어 내려간 그들의 이름을,,,,, 충분히 공감하는 작가의 분노를 기억한다. 공감한다.

 

감사하다. 서평단 모집에 응모해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어떤 옷을 입고 근사한 모습으로 책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책속에서 작가가 읽어내려간 책들을 고스란히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 책을 읽어내려가며 작가와 연결되리라,,,, 깊은 숲 나무가 둘러싼 모든 생물과 연결되듯 말이다.

 

이팝나무가 그 햐얀 꽃이 피면 옛날에는 영광 앞바다에 조기가 가득하다 했다. 하지만 이젠 작가가 그러하듯 이팝나무가 피면 416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6개월 국민보다는 시민이란 단어가 가슴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국민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시민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작가의 작은 일기는 덩치는 작지만 담긴 글은 크고 깊다. 그리고 생생하다. 다시 한번 덤덤히 읽어내려간 나 자신을 돌아보고, 그리고 그 날들의 기억을 떠 올려본다. 그리고 경계하고 지켜낸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 다짐한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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