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 이 시대를 사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위로 공감 에세이
한혜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한육아상담소>, <무조건 엄마 편>, <위대한 유산>,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를 쓴 미세스찐 한혜진 작가님의 시간이 출간되었습니다.


 한혜진 작가님은 아이 둘 엄마인데 자기 이름으로 된 책 4권을 가지고 있고(이 책이 출간되었으니 이제 5권입니다.), 엄마들의 멘토로 활동하며 엄마들이 공부하여 꿈을 이루는 인터넷 카페 <엄마의 꿈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연도 하고, 퍼스널 브랜딩 강의도 하는 등 다재다능입니다. 게다가 아이를 낳기 전 직업은 방송작가라 그런지 글도 잘 씁니다. 이번 책을 보니 소싯적에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상품도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또 알고 보니 작가님의 어머니 역시 글 좀 쓰시는 분이라 한 번의 사연으로 이웃사촌들에게 상품을 넉넉히 보내주기까지 하셨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인가 봅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를 읽고 보니, 결국 그녀도 엄청난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18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여성의 평균수명은 85.7세라고 합니다. 따라서 여자에게 인생의 마흔이란 삶의 중반인 셈이죠. 한혜진 작가님은 마흔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며 그동안 겪은 감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털어놓았습니다.


 체감 상 인생의 절반에 다다르니 이제 어느 쪽에든 삶의 무게중심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을 뿐인데 왜 마음 자세까지 바뀌려 드는 걸까?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프롤로그 중에서


 20대에서 30대로 자릿수가 바뀔 때도 마음이 뒤숭숭하고 슬펐는데, 30대가 40대로 바뀌는 순간은 더 격정적입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니 마음 자세까지 바뀌는 작가님처럼 말입니다. 작가님은 마흔이 되어서 삶의 무게중심을 나에 더 비중을 두기로 선택했습니다. 아주 의도적으로 그리고 일부러요. 삶은 그냥 되는대로 되겠지 하고 살면 되는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작가님의 말처럼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선택하지 않으면 남들 사는 것처럼 흘러 흘러 살다가 생의 마지막에서 왜 나는 내 인생을 살지 않았나 후회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일단 첫걸음은 삶의 무게 추를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입니다. 그렇게 온전한 나로 우뚝 서는 방법을 배우는 겁니다.


 주어진 대로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 마음을 먹어야 하는 때가 온 모양이다. 빵은 그만 먹고 마음을 먹기도 했다. 단지 마음을 먹기만 했는데 마음 한편에서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76쪽


나는 좋아하고 원해서 일부러 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일부러 책을 읽는다. 지식이 쌓이고 언어가 풍부해져서 더 나은 내가 되는 기분이 좋다. 나는 일부러 글을 쓴다. 마음껏 쏟아 내다보면 뼛속까지 막힌 인생의 소화불량을 해소하는 기분이 든다. 인생을 뻥 뚫어버리는 나만의 정신적 소화법이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78쪽


일상에서는 좀처럼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가장 솔직하고 발가벗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육아인 것 같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있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108쪽


 작가님의 의견에 적극 공감합니다. 만약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책을 열심히 읽고 글을 쓰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한없이 약한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인간의 민낯을 보며 엄마 자격이 없다고 울다가도, 그런 발가벗은 나의 모습을 보며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런 일에 화가 나는지 등의 물음에 묻고 대답하며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매일 성장해나가는 거라고 작가님은 말합니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고 나를 믿으라고요.


 인간은 빅데이터이기 전에 '나'다. 가족도 친구도 모르는 내 인생은 오직 나만 안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알아보는 가장 저렴하고 쉬운 방법은 글쓰기다. 글쓰기는 내 마음을 적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는 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오직 내 생각과 내 마음에 집중해야 쓸 수 있는 것이 글이다. 글로 기록된 삶은, 그 삶이 특별하기 때문에 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이 아니다. 특별해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면 특별해진다. 가장 개인적인 삶이 가장 창의적이며, 창의적으로 살고 싶다면 개인적인 내 삶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이렇게 딱 맞는 표현이 어디 있을까요. 나만이 아는 내 인생을 풀어내면 특별해진다는 비법. 당장에라도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나를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책쓰천'을 추천한다. 책쓰천이란, '책 읽기+글쓰기+실천'으로, 내가 창작한 언어다. 책쓰천은 공부법이다. 나는 내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배운 바를 내 생각으로 흡수하고, 실천하면서 습관으로 만들었다. 진짜 절박하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책쓰천 후 내 삶은 놀랍게 바뀌었다.

책쓰천은 마음속에 건강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263쪽


 글쓰기가 혹시라도 어렵다면 일단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실천하라고 친절히 안내해 줍니다. 작가님의 삶을 바꾼 책쓰천, 저도 추천합니다. 제 인생도 작가님의 말처럼 책쓰천을 통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음속에 건강한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표현 적극 공감합니다. 건강한 공간이 생기면 애들에게 화도 덜 내게 됩니다.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할 때, 삶과 연애하며 살 수 있다. 나는 기꺼이 좋은 인식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나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온리원이다.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다. 나는 충분히 근사하다. 숨 쉬고 밥을 먹는 내가 기특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혼자 있을 때 나는 당당하다. 나는 있는 그대로 내가 좋다. 그냥 나니까, 나는 나를 사랑한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283쪽


 나를 사랑하지 않던 작가님이 내면 아이를 만나고 칼 융이 말한 것처럼 Wonder child가 되었습니다. 삶과 연애하며 살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작가님이 참 부럽습니다. 작가님은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을 집착하지 말고, 내가 보는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입니다. 어떻게 멋지게 나이를 먹어갈지 두근두근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