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일기>는 일기를 쓰는 책이다. 고급스럽게 양장본이라 소장 가치도 높다. 표지에 적혀 있는 "오늘도 충분히 애쓴 하루였습니다."라는 문구는 읽기만 해도 치유된다. 마음일기는 '마음을 되돌아보며 나에 대해 얻는 깨달음 일년 365일 언제라도 곁에 있어 줄 나의 일기'
라는 말의 앞글자, 뒷글자를 딴 단어이다. 나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일기를 썼다.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말이다. 매일 아침 담임선생님이 일기장 검사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인데 다른 글을 쓴다는 것은 고역이다. 쓸 말이 없어서 노래 가사를 적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일기와 관련된 가장 안 좋은 추억은 바로 밀린 방학숙제 일기를 몰아서 써야 하는 개학 전날이다. 아, 일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는 강제 글쓰기라는 제도를 통해 일기를 끔찍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글 쓰는 것은 정말 재미없고 귀찮은 숙제라고 느꼈다. 하지만 일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예전에 썼던 일기(심지어 노래 가사를 적었더라도)를 다시 읽으면 정말로 재미있고 유쾌하다. 가끔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로 부끄럽기도 하다. 일기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당시 상황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없는 지금, 우리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적더라도 간단히 그때의 상황만을 간단히 적는 정도? 사실 매일 일기를 적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쓰던 검사받던 일기와 다르게 일기를 쓰려면 일기를 쓰면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또한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서 다른 글감이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 이 책 <마음일기>는 그 모든 것을 제공한다. 게다가 무수히 많은 혼자 쓰는 일기와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 바로 설기문 작자가 상담사라는 점이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내담자들이 상담을 받지 않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나 수단이 없을지 고민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중략) 하지만 상담 장면을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생활환경 속에서 다시 스트레스를 받고 상담 회기 동안에 지지 받았던 자존감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중략).
하지만 내담자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기를 살피면서 스스로 긍정성을 놓치지 않으며 용기와 자신감,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주제에 따라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갖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현대인의 감기라는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시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보통 상담은 1주일에 한번 진행된다. 상담을 받는 1시간 동안은 마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도루묵이다. 상담의 효과를 높이고, 상담을 받지 않아도 상담을 받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 책 <마음일기>는 정말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