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헤르만 헤세 컬렉션 (열림원)
헤르만 헤세 지음, 정성원 옮김 / 열림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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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는 1904년 5월에 쓰인 것으로, 1904년은 그가 첫소설 <페터 카멘친트>을 발표한 해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조토 디본도네의 프란치스코 성인담 프레스코화, 1905년에 잡지에 발표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작은 꽃다발> 서평, 1919년에 지은 단편 <꽃놀이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유년 시절>, 이렇게 세 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이 다른 성인담과 다른 점은 초자연적 기적에 대한 묘사(포교의 떡밥으로 자주 쓰이기 마련인)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출병 당시 겪은 환시나 성 다미아노 성당에서 들은 신의 말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고, 알베르나 산에서 입은 오상의 기적에 대해서도 ˝그랬다고 한다˝ 정도의 관심으로 넘어간다. 이슬람으로의 교세 확장 노력에 대한 이야기도, 술탄과 만나 성지 쇼부 본 이야기도 없다. 오히려 교세가 확장 되는 이 시기에 대해 저자는 ˝프란치스코는 빠르게 기력을 잃어갔다˝고 서술한다.

그 대신 그가 사랑한 형제 자매인 자연과의 소통, 부잣집 한량으로 살던 그가 세속적인 삶의 영화 대신 추구한 가난과 정결, 사랑과 헌신, 겸손의 삶을 어떻게 실천해갔나, 그 와중에 어떤 고난을 겪었는가, 그 고난은 어떻게 신의 사랑으로 승화되었으며 이후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움으로 남았나 등을 묘사한다.

또 `안 믿으면 디짐` 같은 협박형 설교, 혹은 편타고행 같은 자해로 신과 관계맺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설교하고, 노래하며 웃고, 즐겁게 찬미하며 자신과 공동체 형제들을 `주님의 어릿광대(요쿨라레스 도미니)`라 칭하며 행복하게 살아갔던 그가, 시기적으로는 르네상스를 열어간 예술가였다는 점도 서술한다.

이 책의 힘은 프란치스코의 `겸허하고 검소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실은 고타마 싯다르타, 데미안 등을 떠올리며 `헤세형 인물의 원형`이란 말을 하고 싶지만 헤세 읽은 거이 별로 없어서 말 못ㅠㅠ) 경건하고 절제된 문체에 안겨있다는 점이다.

˝진실로 이런 삶은 언제나 고상한 인격으로 이루어지는 꿈이며 완연히 드러나는 그리움이자 온 세상이 바라는 영원함이기 때문이다.˝

˝하늘의 천사가 씨앗을 뿌리듯 민중에게 근원적인 힘과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는 말과 영원에 대한 생각과 태곳적 인류의 그리움을 뿌리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아름답게 꾸민 글과 예술이 아니라 오로지 순수하고 고귀한 존재로 수 세기에 걸쳐 사랑과 찬미를 받고, 지고지순한 곳에서 우리를 비추는 복된 별로 서 있으며,˝ 이런 문장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성인에 대한 믿음과는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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