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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오스카 와일드 인생의 후반은 기구했습니다. 사람 하나 잘못 만나 질질 끌려다닌 것 같아요. 물론 더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겠습니다만, 그의 연인(과연 이런 게 연인인지?)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이 이 작가의 외로움을 얼마나 잘 이용해먹었는지는 겉으로 드러난 몇 가지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추측 가능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유미주의란 말과 짝으로 다니는 사람이지만, 그보단 이 작가가 가진 유머감각,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당대 사회의 통찰과 풍자로 이어지는지 등이 먼저 보였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그 빅토리아 시대에 그가 휘두른 옷들, 그런 외관으로 자신이 유미주의자임을 알렸다고 하나 정작 작품 속에서 보여준 ‘미’는 다분히 박애주의적이고 헌신적이며 정신적이었다는 점, 스물일곱에 펴낸 첫 시집의 제목이 <시집>이었다는 것까지, 책 날개에 적힌 작가소개 한줄 한줄이 제겐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작품선에는 행복한 왕자, 아서 셰빌 경의 범죄, 비밀 없는 스핑크스, 캔터빌의 유령, 모범적인 백만장자, 이렇게 5편의 단편소설과 살로메,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 2편의 희곡이 실려 있습니다. 이 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단연 <살로메>입니다. 유미주의 이런 건 관심사가 아닙니다. 감동받은 것은 살로메 캐릭터예요. 세상에, 상대 요카난이 어떤 정신을 가진 사람인지, 성격은 어떤지, 어쩌다 자기 양아버지 헤로데가 그를 가둬놨는지 하나도 관심 없습니다. 오직 이 여성이 관심 있는 것은 그의 육체. 흰 피부, 검은 머리, 붉은 입술. 세상 모든 미사여구는 요카난의 몸을 찬미하는데 동원되고 살로메의 욕망 추구는 집요합니다. 이런 캐릭터를 처음 봤어요. 정념 하나로 불타는 여성을. 이것은 당대에 먹이는 큰 한 방이라고 여겨졌기에 속시원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한 단면을, 어쩌면 에로스적 사랑의 또렷한 특징이기도 한 단면을 살로메는 보여줍니다. 상대를 죽여서 무력화시킨 다음 완벽하게 소유하는 것입니다. 네크로필리아 이면에 있는 심리라고도 보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대를 내 뜻대로 하고 싶은 건 숨기고 싶은 어두운 측면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알레고리라고 해도 좋겠지요. 또한 구성의 수미상관-헤로데가 결국 살로메에게 가하는-은 이 짧은 극에 큰 리듬을 갖게 합니다.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요... -_-?
*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WoOjUMkRu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