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봉감별곡 : 바람에 실려 온 사랑, 가을날 노래가 되어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5
조윤형 엮음, 김은정 그림 / 나라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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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세도정치의 흐린 바람이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고전소설이지만 출간은 1912년 딱지본이었다고 하는군요. ’민중들의 삶’이라고 했지만 이 소설에 그들의 삶은 묘사되지 않습니다. 봉건질서에 반기를 들고 명분보단 실리를 택하는 당시의 신세대 주인공들의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이야기지요.

구체제에 대한 반기는 우리의 주인공 채봉 양이 듭니다. 권세에 눈이 멀어 딸인 자신을 영감탱이의 첩으로 넘기려는 부모에게 기함, 과감하게 가출합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커리어우먼이 되고,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뚝심을 보이지요. 남자 주인공 장필성은 더 이상 백마 탄 왕자..아니 준마 탄 과거급제자가 아닙니다. 매관매직으로 과거는 더 이상 별 의미가 없던 시대, 그는 자신의 사랑 채봉을 만나기 위해 깔끔하게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이방의 자리를 선택하지요.

하지만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출의 원인은 정절을 지키기 위함이고, 당시 채봉 같은 몰락 가문의 아가씨가 구할 구 있는 ‘커리어’란 기생이며, 엄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딸을 팔아 돈을 마련합니다. 더 이상 규수가 아닌 기생인 채봉과 재회한 장필성은 머뭇거리며, 착하고 예쁘고 절개 있고 돈 잘 벌고 효녀인 알파걸 채봉은 또 다른 권력의 힘을 빌어 갈등을 모두 해결합니다.

그래도 이 시기 나온 신소설들이 말만 ‘신’이지 봉건사회 수호의 욕망을 똘똘 품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귀하고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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