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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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님 서평 읽다가 알게 된 책. 원제는 <Tolerance>. 한때 관용은 유행어였는데(홍세화 생각 안 날 수 없고, 똘레랑스 앵똘레랑스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 어느 사이에 수그러든 단어가 되고 말았다. 그만큼 ‘관용’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 단어가 뿌리를 내렸다는 것과 그것이 시민사회에서 교양과 실천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이 단어는 우리에게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는 1925년 초판이 나왔고 1940년 개정판이 나왔다. 무지하며 편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란 종이 나와 의견이 다른 타자에 대해 얼마나 무자비했나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관용’을 키워드로 훑어보는 서양 종교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관용은 종의 생존과 관련된 본능 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관용의 방향으로 나아왔다. 원시시대, 터부를 통해 사회는 유지되었고 그리스 시대로 나아오며 이성에 눈을 뜬 인류는 로마시대에 이르러 종교적 관용을 갖게 된다. 그러나 기독교의 출현으로-이후 종교혁명을 통해 대두한 신교까지 포함해서- 관용의 역사는 절멸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몇몇 선구적인 사상가의 관용정신은 시대를 밝히는 빛이 되어 희망은 끊어지지 않고 현재 우리의 모습까지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

한편 저자가 몸 담고 있는 나라인 미국에 대해서도 언급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공산주의자들 욕만 실컷 써놓고(초판 집필 당시 7년 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었다) 자기네 나라 노예문제나 인디언 학살문제는 언급을 안 해서 좀 의아했다. 뭐, 종교사에 맞춰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됐으려니 하지만.

술술 잘 읽히고, 작가 유머감각 넘쳐서 시간이 금방 간다. 하지만 바로 앞 문단에 적은 내용 때문에 별은 세 개만 드릴게용..

글의 마지막은 관용의 정신을 보여준 위대한 사상가들 중 한 명인 소치니우스의 호소를 인용해보려 한다. 지금 읽으면 뭔 당연한 소리를 이렇게 꼼꼼히 하나 싶지만 소치니우스가 발언한 15세기 유럽은 종교의 불관용이 서슬 퍼렇던 시대였다.
“각자가 자유롭게 자기 종교를 판단하게 하라. 왜냐하면 이것이 <신약성서>와 초기 교회의 본보기로 설립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대체 우리가 누구이건대, 가련한 인간들이여, 하느님께서 사람의 내면에 켜놓으신 신성한 정신의 불꽃을 덮어 가리고 불어 끄려 하는가?우리 중 누구 한 사람이 성경의 지식에 대한 독점권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우리의 유일한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뿐이며 우리는 모두 형제이고 다른 사람의 영혼을 지배할 힘은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가? 우리 형제 중 한 명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배웠을 수는 있지만, 자유와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있어서라면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구텐베르크의 tmi를 알게 되었다. 투자자였던 은행가 요한 푸스트가 제기한 소송에서 져서 인쇄소를 빼앗기고, 조수 페터 셰펴가 푸스트한테 가서 인쇄소를 운영하고, 이후 모든 인쇄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데 구텐베르크는 빚때문에 감옥을 오가며 어렵게 지냈다고 ㅠㅠㅠ

*매번 엄지손가락으로 타자치다가 이번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마련해서 적어봤는데 시간도 적게 걸리고 정말 편하구나. 돈이 좋다 돈이(음?) 키보드는 로지텍 k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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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1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룬이 활동했던 시대의 미국은 여전히 흑인 차별, 인디언 차별이 심했어요. 흑인 민권운동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니 미국 백인들이 생각하는 관용의 대상에 흑인은 없었을 거예요. ^^;;

조그만 메모수첩 2018-07-14 00:33   좋아요 0 | URL
cyrus님께 덕분에 좋은 책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덧글 남기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ㅎㅎ 책장이 술술 넘어가더군요, 번역제목을 잘 지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원제인 <관용>보다는 불관용의 (서양 종교)사였으니까요. // 시대의 한계를 뚫고 관용의 정신를 발한 사람들-볼테르나 라블레, 데카르트 등등-에 대해 예찬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은 시대의 한계를 뚫진 못했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