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여성산악인 오은선 씨의 여성최초 14좌 등정 뉴스를 통해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조금 더 늘어난 것 같다. 그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의 길을 걷는 산악인들의 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고소공포증이 조금 있는 나로서는 그런 도전 자체가 너무 무모한게 아닌가 하고 색안경부터 끼고 보게 된다. 하지만 엄홍길 대장의 이 책을 보면서 그가 산을 타고 오르며 느낀 것은 단지 정상을 정복했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만 있는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가 히말라야 산맥을 삶과 함께 하면서 비록 피부와 색, 언어는 모두 달라도 인간으로서 갖게된 책임의식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처음에는 그저 셰르파의 도움을 통해 느낀 고마운 감정 정도 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곧 가족의 품안과도 같고, 또한 넓은 시각으로는 모두가 다 같은 인간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에 엄홍길 대장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던 계획을 스스로 실천해갔다. 민족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동구권 유럽이나 아직도 인종차별주의의 잔재가 남은채로 딜레마를 안고 가는 미국 등등 인간 본연의 갈등에 몸살을 앓는 지금, 그의 이러한 용기있는 행동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희망이란 모두가 잘살고 모두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사랑할 줄 아는 그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본다.
생로병사에도 너무 마음을 얽매이지 말고의식주에도 너무 마음을 얽매지이 않는 것이 좋다삼라만상이 모두 한결같거늘그따위에 어찌 마음을 얽매일 것인가.그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으며그대가 근심하는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오직 영원한 것은 공 그 자체일 뿐이다.-14쪽
고정관렴이란 영원히 수정을 요하는 것이다.따라서 고정관념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은 관념이다.언젠가는 수정되어져 다른 관념으로 바뀌어진다.한때 세상 사람들은 하늘이 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말했다.지구가 돈다고.그때부터 하늘은 멎어버리고 지구가 돌기 시작했다.그대여, 그대 역시 현재의 고정관념 밖으로 탈피해 보라.어쩌면 그대는 그 순간부터 현자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18쪽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을 발견하고 만들어내지.그리고 자기들이 발견하고 만들어낼 것 때문에 고민하지.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플라스틱 때문에 고민하고폭탄을 만들어내고 폭탄 때문에 고민하고심지어는 고민까지 만들어내어그 고민 때문에 고민하지.그러다 결국은 자기네들이만들어낸 것들에 의해서 죽어가지.-44 ~ 45쪽
하지만 누가 말했던가.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그 옛날나의 스승이셨던 노인께서 말씀하셨네.또한 모든 물은 바다로 통한다고.그런데도 오직 눈앞에 있는 현실에만 마음이 급급해서모든 길이 오로지 먹이로만 통하는 저것들이어찌 바다를 생각이나 해보았으랴.-64 ~ 65쪽
고독이란 누군가 곁에 있다 해도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고독이란 군중 속에 있을 때 더더욱 사무치는 것.-122 ~ 123쪽
하지만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누가 죽여주지 않아도 스스로 죽는 법.비록 원수라 하여도내세를 생각하며 원한을 풀지어다.-164쪽
그러니 한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살아 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170쪽
우선 제일 먼저 방생해야 할 것은 물욕에 매인 자기 자신이로다.부처가 따로 없고 온갖 것이 다 부처인데내가 한 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했다고발끈발끈 하는 이 그 누굴꼬. 발끈발끈 자주하면천상천하 유아독종이 되는 수가 있도다.-218쪽
바다는 한마디로모든 것의 무덤이며 산실이라는 그 말만으로도 나는황홀하군.-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