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3주


장면1
두 명의 한국인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택시 뒤의 트렁크에서 교대로 들어가고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 주인공들의 대화 내용은 저들이 먹고 살기 어려운데다 딱히 잘 곳도 없어 저렇게 산다는 식으로 말한다. (택시) 

뤽 베송 감독이 '제5원소' 홍보차  방한했다가 허락도 없이 가위질된채 상영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그대로 돌아가버렸다는데, 이후 만든 '택시'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반감이 담긴 위의 장면을 보여주었다고 하니 그를 탓하기 앞서 우리 영화계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보였는지부터 반성해야할 것 같다. 이런 부분만 아니었다면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씬에 역동적인 장면들이 넘쳐나는 이 영화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장면2
무더운 여름 짜증이 제대로 난 어느 평범한 백인 샐러리맨은 음료수를 사러 가게에 들어왔다가 가게 주인의 언행 때문에 제대로 폭발하고 만다. 가게 주인은 한국인으로 영어발음도 엉망이고 바가지요금을 요구한데다 퉁명스럽기까지 해 주인공을 더욱 자극시킨다. (폴링다운)   
  우리나라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기에 궁금해서라도 이 영화를 한번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본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의 평가는 그당시 어떤 느낌과는 달랐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한국인 가게주인을 보며 내뱉는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나쁘게 묘사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쩌면 가게주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의 연기가 더 실감나서 관객들로하여금 한국인이 왜 저런 이미지인가하고 짜증나게 만든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왜 저리도 영어발음이 시원찮을까 하는 생각이 났다. 극중에 등장하는 일본인 형사는 유창하게 말하던데, 마치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을 대표적으로 비교하는 듯해서 그런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한류를 얘기하며 사람들이 떠든다. 아니, 언론이 떠드는 것이겠다. 마치 우리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제대로 각인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정말 그런지 의문이 든다.

서양인들의 인식 속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을까? 사실 수많은 영화들을 봐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다양한 반면 한국인과 관련한 내용은 비교될 정도로 잘 눈에 띄질 않는다. 심지어 우리가 업신여기는 베트남에 대해서조차도 미국인들은 월남전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무수한 전쟁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시키며 오히려 영상물의 비중있는 출연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다 하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외국 영화계를 통해 접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것이 대부분이다. 위 두 작품은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대표되는 불명예스러운 영화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 이외에도 논란이 될 만한 작품들은 더 있었다.  

 

장면3
여자주인공은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 중 외모에서 그닥 주목받을 만한 사항이 없는 살찐 여성이 자기가 서울에서 왔다고 영어로 소개를 한다. (은밀한 유혹)   
 한국인이 다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터인데 어째서 그녀를 대표로 등장시킨 걸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실 이 장면은 금방 지나가버렸기에 잊혀질 수도 있었지만 그 뒤 몇차례 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 대해서 계속 기억이 남게 되었다. 경제적 곤란에 처한 부부가 돈과 아내를 거래로 하게된다는 설정이 충격적이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저지르는 부정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심어주어 나름 생각하면 열중하게 되었던 영화였지만.. 단지 저 장면은 아쉬웠다. 다른 영화들처럼 노골적인 한국인 비하는 아니었고, 또한 비의도적인 설정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이미지가 한국인을 대표하는 것처럼 된듯해서 어째 씁쓸해진다..
 
 장면4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원숭이. 그 원숭이를 밀수하는 밀수선은 한국의 태극호이다. (아웃 브레이크) 
영화 속에 한국어 대사가 들리면 반갑다기 보다는 긴장부터 된다. 이 영화가 그렇다. 바이러스 숙주 원숭이를 싣고 오는 배는 한국의 태극호. 선장과 선원들끼리 '뭐라는 거야' 라면서 한국말을 주고 받는다. 여기서도 한국인은 영어에 대한 스피킹 & 토킹이 약한 모습이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노이로제에 걸리는 것은 외국인들이 이렇게 영어에 약한 우리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특별히 여기서 한국인들이 비하되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앞서 본 작품들로인해 점점 한국인 관객들에게 이런 모습이 유쾌하지만 않았던 것 같다.
  
장면5
여기 등장하는 안마사는 전형적인 우리의 수다쟁이 한국인 아줌마들이다.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 코치) 
수다는 어느나라든 여인네들이라면 다들 좋아하는 강력한 무기아닐까. 우리 또한 동네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으며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모습 자주 보게 된다. 미국영화에서 그런 모습들이 보여지는 것이 그렇게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동안 한국인은 이런 이미지였다고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갖게 된 것이 우리로서는 비하하고 왜곡되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 문화에 대해, 우리 나라에 대해 우리가 그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려고 노력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독도 문제만 해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다가 일본이 나서니까 부랴부랴 파악하다보니 세계 곳곳에 오류투성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아닌가.
 
 
장면6
총격전을 보고도 멋있다고 감탄하고 있는 4차원 세계의 소녀, 그리고 총격전에도 아랑곳않고 계속 일하라고 강요하는 공장장, 모두 한국인으로 묘사되었다. (아드레날린24)  
 미국에 이주한 한국인들은 아무래도 여유를 즐기기 보다는 생업에 매달리면서 생존하고자 노력하느라 일벌레 또는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 나오는 공장장 같은 한국인은 어느 영화에서나 자주 보게 되었던, 이젠 익숙한 외국 속의 한국인 모습이다.  
 
 
 



이런 경우 한국인에 대한 서양인의 인식이 좀 나아졌다고 해야되는 건가? 아니면 조롱하는 것일까?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일 뿐 공연히 흥분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한국인에 대한 묘사가 나오면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예사다.

헐리우드 영화에 우리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 그것은 우리가 그만큼 그들에게 관심을 받을만한 인식이 부족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헐리우드에서도 변방국으로 밀려나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자격지심 때문에 조금이나마 부정적인 모습만 보이면 발끈하는지도 모른다. 

다소 아쉽고, 때로는 열받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게된다. 우리의 모습이 저들에게 비쳐지게 된 것은 결국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주로 묘사되는 한국인 모습은 돈만 밝히고, 퉁명스럽거나 또는 수다스럽거나, 그다지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캐릭터는 거의 보질 못하는 듯 하다. 결정적으로 영어가 어눌한 사람들이 주로 나온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 발음이 poor해서 아닐까.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보고 느낀 바를 묘사한 점은 다소 우려되는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섣불리 이런 상황에 대해서 분노만 낼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로스트에서 배우 김윤진이 장기간 등장하고,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엔 헐리우드 유명배우들도 출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계 출신 배우들이 종종 미드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이제 흔한 편이다. 다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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