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안 하는 편을 택하다니."
나는 크게 흥분하여 일어나 성큼성큼 방을 가로지르며 그의 대답을 되풀이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됐나? 여기 이 서류의 검증을 도와주게. 자, 여기 있네."
내가 그에게 서류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아무 생각 없는 듯 태연했고, 회색 눈은 흐릿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