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도서지원
#엄마의집 이라는 제목으로 2007년 출간되었던 #전경린 작가의 소설이 #자기만의집 이라는 새 옷을 입고 18년 만에 #다산북스 에서 개정 출간되었다.
‘엄마의 집’이라는 다소 한정적 의미의 제목에서 ‘자기만의 집’이라는 조금 더 포괄적 의미로의 변화가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소설 속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집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이 ‘엄마’로만 축소되기에는 너무 아쉬운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소설 속 ‘엄마의 집'은 화자인 호은이 오래전 이혼한 엄마의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매개의 공간이자, 재혼한 아빠의 인생을 새롭게 조명하는 재해석의 공간이며, 호은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갈 새로운 힘을 부여해 주는 공간으로 작용한다.
여기서의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 어쩌면 자아의 일부인 것이다.
더 나아가 ‘자기만의 집’은 호은, 호은의 엄마 아빠, 재혼한 아빠의 딸 승지 모두가 자신만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흔들리던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게 되며, 이러한 상징성은 독자들을 잔잔한 위로와 감동, 공감으로 이끈다.
전경린 작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는 소설의 감동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작가의 언어는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 주어 책을 중간에 내려놓기 어려워 최대한 방해의 상황을 차단해가며 한 호흡으로 읽어내려갔다.
18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소재와 문체(시급의 금액이라든가 MP3와 같은 시대상을 제외하면)가 최신작이라 해도 좋을 만큼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웠다.
어쩌면 2007년 30대의 내가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2025년 50대의 나에게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에필로그에서 호은이 읊조리는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는 삶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들과 나를 일으키는 하나의 주문이 될 것이다.
덧) 1990년대에 뜨거웠던 여성 작가들(은희경, 신경숙, 공지영…)의 소설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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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신의 선반 위에 얹어두고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포근할까. 하지만 나는 아버지 신을 찾기 전 에 인간인 아빠를 찾아야 했다.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p.107)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 저마다 자기 생긴 대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구. 그게 인생인걸. 범죄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걸 억압해서는 안 돼."(p.146)
세상이 아전인수의 장이며 거짓말의 바벨탑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성숙일까? 절망일까? 아니면 그게 바로 삶일까? 그런 때면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면서 버섯처럼 마음이 차갑게 식곤 했다. 겨우 스무 살에 말이다.(p.167)
아무도 역사 밖으로 도망칠 수는 없다. 역사와 무관한 듯 산다는 것은, 삶의 온실 세계로 도피해 자신을 최대한 소외시킨 비존재로 사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정말 가능할까. 화실에 박혀 살았던 엄마같이 얌전하고 평범한 여자도 시대를 비켜 가지 못했다. 시대는 최루탄 뒤집어쓴 한 남자를 느닷없이 화실 안 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p.214~215)
좋은 삶은 욕망의 무한한가능성 속에서가 아니라, 욕망 이 멈추는 공존과 공유의 선 위에서만 가능해. 너도 그 선을 찾아야 하고."(p.231)
조심해라.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느 것이 환상이고 어느 것이 실재겠냐? 조심하라는 건, 금지가 아니다. 그것을 의식하고 이 현실 속에서 상호교환을 잘하라는 의미야."(p.241)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어서 외로운 거야.(p.269)
"사랑은 바라지 않아도 늘 있어. 너를 바라보는 이 순간에, 햇빛 속을 걸을 때나 비 오는 날 우산을 펼칠 때, 한밤중에 창문 밖에 걸린 반달을 볼 때도,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할 때도, 차 한 잔을 마시거나, 홀로 먹을 밥을 끓일 때에도, 아침 일곱 시와 오후 두 시와 밤 열한 시에, 사랑은 늘 거기 있어. 많은 마음이 차오를 때까지 깊은숨을 쉬어봐. 그러면 알 게 될 거야."(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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