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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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보석같은 청소년 문학을 발굴해 온 청소년 문학상. 올해로 15회차가 되었다.
나와 열세 살 딸들이 청소년 문학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문학동네의 <청소년 문학상>인데,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책을 받자마자 딸이 먼저 앉은 자리에서 고요한 읽기를 하기에 글의 색채가 어떠한지 살짝 예상할 수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 연서는 사회적 참사의 생존자로, 참사 이후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쁨이 아닌 가혹한 형벌같은 삶.
‘이제는 잊으라’거나 ‘기억해야 한다’거나…당사자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쉽게 전하는 말들이 오히려 상처로 다가온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을 하던 밤, 하천에서 들려오는 ‘왝왝’ 소리를 따라가다 마주친 까만 두 눈동자.
세상에서 잊혀가는 두 존재 연서와 왝왝이의 만남을 통해 아픔을 간직한 우리의 이웃들에게 어떠한 마음을 전해야 할지 다시금 깨닫는다.

애도하는 마음의 존재 양식은 바로 ’기억‘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적 참사를 목도할 때 마다 가슴 아파하며 함께 눈물짓지만 그 눈물의 유효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참사를 겪은 우리의 이웃들에게 건내는 애도와 위로의 마음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일깨우는 느슨한 연대로의 초청이었다.

상처로부터 회복하는 길은 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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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려'하면서 자의식을 공고히 하려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짜증이 났다. 배려받을 사람과 배려받지 못할 사람을 구분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나를 싫어하는 순간, 그들은 생존자를 싫어하는, 고작 그런 사람이 된다.(p.13)

처음에는 그렇겠지만 그것도 잠깐이야. 사람들은 금방 잊어.
네 얼굴부터 시작해서, 네 이름, 결국에는 네가 존재했었다는 것 까지. 다들 네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고."(p.115)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준다면 나는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로부터 시작된 기억은 점차 퍼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기억하는 날, 나는 비로소 간간이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p.121)

‘마음을 쓴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어딘가에 쓸 수 있는 마음의 양은 정해져 있다. 마음이 소진되면 사람은 무너지고 만다.
우리는 서로를 돌봤어야 했다.(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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