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 의 6년만의 장편 소설(#마주 #창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고 아픔에서 구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 라는 것 만으로도 이 작품을 선택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이 이야기는 타인과 심지어는 가족과도 ‘마주’하기 꺼려지던 지난 3년간의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처음 겪는 팬데믹은 우리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고, 거리를 두어야 했으며 접속과 접촉이 아닌 단절과 고립을 미덕으로 여기게 했다.당시에는 우리 모두 그것을 위해 애썼다. 그 시간을 감내한 덕분에 안정된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작중 화자인 나리는 캔들 / 비누 공방을 운영하며 그의 이웃 수미와 가까운 관계를 이어왔었다. 그러나 수미의 코로나 확진으로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된 나리의 공방은 고립의 길을 걷는다.또래의 아이를 두었다는 접점으로 돈독했던 관계가 비난과 단절로 변질되어 가던 중…나리가 제안하여 나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여안으로 수미를 이끈다.여안으로의 동행에서 만난 만조 아줌마와 딴산 사람들은 나리와 수미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데 기폭제가 된다.최은미 작가는 작중 인물들의 감정을 정교하고 밀도 있게 그리고 있으며 세밀하고 현실감 있는 서사는 독자를 소설 속 세계에 끊임 없이 묶어둔다.작품의 초반부와 중후반부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과밭은 표지의 사과 사진과 더불어 사과향이 날 것 같은 후각적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힘겨운 시기를 함께 뚫고 지나온‘ 투명의 띠로 묶인 우리에게 ‘마주함‘, ‘돌보는 삶’ ‘이웃’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안고 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수미가 실감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내 공방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 다.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너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 가족 아닌 그이들이 저기 있다고, 수미가 체감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p.304)#도서협찬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