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렸던 작년 여름 어느 날, 도서관을 들러 사만타 슈웨블린의 <피버 드림>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던 책인데,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빠져들어서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던 책이었는데 이번 창비 환상문학 서평단을 통해 재독도 하게 되고 더불어 사만타 슈웨블린 작가의 다른 저작들도 읽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아리송함과 의문점들이 엄청 많이 생겼는데, 이미 일독을 한 상태에서 읽으니 더 보이는 것도 많았고 오히려 작품 내의 빈 공간들이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을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딸 니나와 시골 마을로 휴가를 보내러 왔다가 병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만다와 그 마을 소년 다비드의 대화체로만 구성된 아주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지점과 아만다의 딸 니나는 어디에 있는가가 이 내용의 중심이지만 작품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큰 그림은 다른 쪽이다. 책의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자세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 작품에서 풀어내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는 ‘가장’ 일상적인 공포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상의 공포를 보여주는 그 어떤 작품보다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만큼 가까운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다시 읽어도 마지막 부분은 충격과 동시에 이 짧은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게 될 공포는 이제 시작이라는 걸 보여주기에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