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시몬 스톨렌하그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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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을 사로잡는 핑크 색상의 표지 제목과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서 서평 신청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큰 크기의 책 사이즈에 놀랐고, 아트 노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글과 더불어 수록되어있는 일러스트를감상하는 맛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독특하게도 미래가 아닌 1997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7년간의 드론 전쟁 이후, 세계는 황폐화 되었다. 사람들은 사람의 뇌와 연결되어 가상 현실을 보여주는 ‘뉴로캐스터’ 라고 하는 기계를 거기에 중독되어 일상을 빼앗긴 삶을 살아가고 있다.

                

p9 - 5월은 먼지의 시간이다. 옅은 안개 속에서 세찬 바람이 윙윙 쉭쉭 소리와 함께 풍경을 가로질러 회갈색 먼지층을 옮기고는 부풀다 가라앉는다. 끊이지 않는 소음 속에 떠돌다 시나브로 쌓여서 너울거리는 모래 언덕과 모래 파도로 자라날 때까지, 먼지는 지면 위를 미끄러지고 크레오소트 관목들 사이를 지나서계속 움직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셸이라는 10대 소녀는 스킵이라는 작은 로봇과 함께 목적지를 향해 외로이 나아간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린 소녀와 어울리지 않는 산탄총을 들고. 사막과 산맥, 해안을 지나 바다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이 목격하는 세계는 일상의 행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울하고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드론과 함선이 방치되어 있고 길거리 이곳 저곳에는 뉴로캐스터를 쓴 채 죽은 시체들이 즐비하다. 

                

p104 - 우리가 하는 짓은 문명인의 행위가 아니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그 일은 자네에게도 틀림없이 일어났어. 자네는 나와 똑같이 어느 날 잠에서 깨서 갑자기 숙명을 깨달았던 게 틀림없어. 우리가 더는 문명화된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암울한 배경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미셸의 서술과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는 의문의 남자의 서술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세계가 왜 이런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지, 미셸이 왜 여정을 떠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서술에 집중하게 만들다. 한 번만 읽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동행하는 작은 로봇의 정체와 함께. 

 단순히 글만 있는 소설이 아닌 일러스트가 가미된 책을 읽는 기분은 색달랐다. 현실을 보여주는 배경이 아니기 때문에 글만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부분을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해소시켜 주었고,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 속에 남는 기분이었다. 하나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달까. 시몬 스톨렌하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있는 모양이던데, 번역된 작품은 이번 <일렉트릭 스테이트> 뿐이라는게 아쉽게 느껴졌다. 영화화도될 예정이라던데 어떤식으로 이 작품을 풀어 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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