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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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이름에 항상 올라오는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2007년에 나왔고 문화관광부 교양 도서, 어린이도서 연구회 권장도서, 학교도서관 추천 도서로 선정되었다니 아마 그때부터 10년간 권장도서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해왔을 책.

1986년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았으면서도 지금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이 읽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두번 째 읽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박진감과 재미 역시 이 책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1980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성장소설은 보통 그 당시의 사회와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초점이 주인공인 청소년에 맞춰져 있으며, 청소년은 사회적 상황과 깊이 관계있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경우 1980년대 사회운동을 하던 유명한 대학생 형을 둔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하며 사회 상황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또한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항쟁에서 딸을 잃고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던 할아버지, 80년 5월 멀리 산에 간다며 떠나 6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둔 준호까지 이들은 당시의 사회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이 그려내는 1980년은 어떨까?  




신음처럼 흐릿하게 울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형이었다. 한순간에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할 말이 그리고 많았던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내 형을 만났다는 반가움, 약속을 지키게 됐다는 안도감, 폭풍의 서막으로 들어선 이 외딴섬에서 무력하고 외롭게 있었을 형에 대한 연민이 얽히고 설켜 생각의 통로를 막았다.

 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에 환영의 빛 같은 건 없었다. 매섭고 차가웠다. 나는 입가에 퍼지던 미소가 그대로 얼어붙는 걸느꼈다. 떠듬떠듬 미리 생각해 둔 핑계거리를 늘어놨다.

"규환이가 직접 오려고 했는데...... 지독한 감기에..... 두통이 너무"

"오지 말라고 말해 뒀는데, 못 들었니?? 너 원래 이렇게 제멋대로였니?"

위험해서 오지 말라고 한 위험한 길을 친동생인 규환이 대신 오게 된 준호는 어떤 길을 헤치고 온 걸까?

반가움과 안도감, 연민을 불러일으킨 이 모험을 이 작품은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이름으로 이 여행을 정의한다.


스프링캠프란 프로야구팀들이 2월부터 시즌개막 전까지 훈련을 하거나 연습경기를 치르는 '스프링트레이닝'이 실시되는 장소를 말한다. 본격적인 게임 전에 이를 위해 준비하며 본경기를 더 잘하기 위한 훈련이라는 뜻이다.


엄마의 재혼과 이사를 앞둔 준호, 절에 계속 두려는 부모님을 피해 탈출한 승주, 예측할 수 없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정아는 이 모허을 통해 어떤 본경기에 들어간걸까? 확실한 것은 이들이 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중한 추억까지도 얻은 듯하다.



어느 순간, 그들은 바다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하나, 둘, 셋..... 차례차례 내 심장으로 들어왔다. 모두 들어왔다. 그 사이 시간은 멈춰있었다. 바람과 파도, 대기의 움직임과 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나 자신의 존재감마저 잊었다. 절벽의 한 부분인양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약속한 듯이 그랬다. 어쩌면 말을 하거나 움직여서 우리 안으로 막 들어온 그들을 놀라게 할까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고래와의 만남이 있었던 여행으로 인해 승주와 준호는 몇 년 후 대학생으로 다시 만나 함께 다니게 되고,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되는 규환, 주환 형제는 감격의 상봉을 하게 된다. 또, 22년 후 소설쓰기에 큰 벽을 느끼고 붓을 꺾으려던 준호는 이 기억을 떠올리며 소설을 쓰게 된다는 것이 이 액자소설의 구성인 것이다. 그러나 또 한명의 주인공인 정아는 나오지 않는다. 준호는 마음 속 바다의 큰 구멍 중 하나인 아버지를 따라 문학가가 되지만 또 하나의 구멍인 정아의 미래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정아의 편지를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된다는게, 그 허전한 구멍을 채우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할아버지가 삼청교육대에서 보았다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준호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준호는 버림받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준호의 아버지는 준호를 버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돌아올 수 없어서 못돌아온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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