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엄마를 보내고, 기억하며 삶과 이야기 1
이상원 지음 / 갈매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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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이다.

그래서 이 여행기에는 세가지의 여행이 담긴다.

엄마와 함께 한 남미여행

췌장암 말기를 진단받은 엄마를 보내는 과정의 여행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남긴 일기를 읽으며 엄마의 과거를 돌아보는 여행.



50대 자녀가 80살의 엄마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낯설었지만

또 그만큼 많은 일을 겪은 입장에서

담담하게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생각을 냉정하게 말하는 모습이 좋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통번역가로서 일한다는 점도 

명료하고 정확한 문장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80세는 여행하는 해로 삼겠다던 엄마

그러나 남미 여행 이틀 후 내려진 췌장암 말기 진단.


엄마와 함께 한 한 번의 여행, 한 번의 이별, 한 권의 일기


이 모든 게 1년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성 선생님, 영문학을 전공하고 불어 강의를 하던 80세 엄마, 통번역 일을 하는 50세 딸.

언어에 능통한 사람과의 여행은 신기하다. 게다가 브라질 빼고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넓은 땅 남미라니! 여행기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곧이어 이어지는 엄마와의 이별의 과정이 그런 신기함의 자리를 대신했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한 사람에게 간으로 전이되었는지의 검사의 필요성.

임상실험에서 3분의 1로 위약을 받을 확률에 대해, 그리고 그 부작용에 대한 걱정.

링거에 대한 거부.

간병의 과정.

호스피스 병동과 그동안의 관계에 대한 용서와 사과.

병으로 인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측면을 냉정하게 말하고 있다.

내 죽음의 과정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그리고 이 과정들은 길지 않은 여러개의 글로 이루어져

하나하나 물 흐르듯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의 엄마의 일기마저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햐가면서 쓰는 전기같은 글이 이렇게 잘 읽힐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마의 삶을 잘 담아냈다.


매 끼니 밥을 차려야하는 엄마의 수고를 이해하고

그를 덜어주기 위해 결정한 남미여행이

엄마를 알게 하고

곧이어 이어진 간병으로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고

그 후 유품정리를 하며 읽게 된 일기로 엄마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에 대한 글이면서 이렇게 담담하게 써내려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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