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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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라는 제목으로

한 여성과 그의 손 위의 건물을 보여준 표지는

그녀가 고복희임을, 건물이 원더랜드임을 알려준다.



손으로 턱을 짚으며 왼쪽을 보고 있는 고복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띠지에 있는 '고복희가 싫어하는 것'을 보니 공부 안하는 학생, 일 안하는 청년, 통행금지를 안 지키는 손님, 환불해달라는 손님, 아니 그냥... 손님들. 그리고 디스코와 한국. 이 나와 있고 사장님을 말려달라는 말이 있고

뒷 표지에 투숙객이라는 말을 보아 깐깐한 호텔의 사장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이 무슨 짓을 하던 고복희와 관계 없다. 그저 내버려두면 좋겠다. 감정을 다툰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인간아 가지고 있눈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누군가 영역에 침범해오면 아까운 기력을 쓸 수밖에 없다. 힘이 넘치는 사람은 주변을 성가시게 하는 대신 다른 것에 주의를 돌리는 것이 어떨까. 환경오염이나 난민을 위한 대책 같은 훨씬 생산적인 문제로.-61


오베라는 남자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찬사가 왜 나왔는지는 고복희의 성격을 통해 추측할 수 있었다.

오베처럼 깐깐하고 고지식한, 그러나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곧게 나아가는 고복희.

그녀의 호텔에 스물여섯살 백수 박지우가 한달살기를 하러 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1부의 잘못오셨습니다는 

다른 나라를 경험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원더랜드에 묵으며 앙코르와트를 구경하려는 박지우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원더랜드가 있는 프놈펜과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은 비행기로도 한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고, 잘못왔다는 데에서 박지우는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뒤 표지의 설명처럼 곧

'직원의 연애사며 교민사회모임이며 고복희가 남편에게만 잠깐 열었다 굳게 닫아버린 마음속까지 온갖 군데를 들쑤시고'

다닐 박지우는 곧 괜찮아진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현실이 드러난다.

한국은 망했어요. 물론 어른들이 봤을 땐 제가 웃기겠죠. 나라탓만 한다. 그런 생각이시겠죠? 그치만 저도 노력하거든요? 제 나름대로 하고 있다고요. 근데 다들 저만큼은 한단 말이에요. 모두가 빡세게 살아서 제가 빡세게 사는 건 티도 안나요. 안빡세게 사는 애들은 잘 사는 집 애들이에요. 빡세게 살 필요가 없는 거죠.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불행해지는 노동을 하면서 살고 싶진 않아요. 멋지게 살고싶다고요.  억울해요. 누구는 가게도 차리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고, 유학가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이래저래 재밌게 사는데 나는 걔들이 업데이트하는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무의미한 시간이나 보내고 있잖아요.

 안보면 됩니다..

근데 눈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멍청하게 남의 인생을 쳐다보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어요. 제 삶에 집중하라고요? 제 삶은 진짜 재미없거든요. 들여다보면 볼수록 한심하게만 느껴질 뿐인데......-p93

라는 말도 그렇지만 그 다음의 지우의 속마음에서 더욱 위축된 자아가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바보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 훔쳐듣고 비웃을 수 없었다. 이방의 언어를 가진다는게 처음으로 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라니...
 



2부인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사람들에는 캄보디아 교민사회와 원더랜드에서 일하는 직원인 캄보디아인 린이 보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시아문화권인 한국에서 일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있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마주한 한국은 허들이 높은 나라였다고..

땅덩어리도 좁은데 그 작은 땅이 둘로 나뉜.

면적에 비해 안구가 넘치는데 그마저 모두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한정된 재화를 얻기 위해 그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그러므로 서로가 잠재적인 적이다. 타인은 단지 내것을 빼앗는 사람에 불과하다.-p99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린은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간다.

박지우가 아무생각 없이 린에게 예쁘다, 남자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한 후 린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이를 고복희에게 말하자 불러낸 자리에서

기분이 상했다고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을 하위의 섯으로 치부하지 않으며 사과하라고 말해 박지우가 반하게 만든다. 이는 안대용이 린을 롤모델로 삼으며 린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교민사회를 이끄는 이영식이 한국 가는 방법으로 결혼을 제안하자 보인 태도에서도 그 당당함을 느꼈다. 고복희와 린. 그들이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온 이우를 알 것 같았다.


이러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원더랜드의 이야기.

과연 지우는 목표로 했던 결과를 안고 돌아올 수 있을까?

고복희는 얼만큼 변화할까?

드라마 주인공같다는 린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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