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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크리스마스를 앞둔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곤 했나보다.
스크루지 이야기도 크리스마스 밤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이 책 <일생일대의 거래>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마스가 한해의 마지막에 있는 휴일이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날이기 때문일까?

이 책에서는 돈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한 주인공이 나온다.
아이가 어리던 시절 내내 출장을 다니며 모든 시간을 일에만 바쳤고
학교에 데려다준 적도, 손을 잡아준 적도, 생일 촛불을 끌 때 옆에서 도와준 적도, 침대에서 책을 네 권째 읽어주다가 같이 잠든 적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나'를 떠났다.
이렇게 삶의 모든 것을 바쳐 부를 일궈낸 나는 옆 병실의 꼬마아이가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미 어긋난 아들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부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아들을 매일 먼 발치에서 바라볼 뿐..
그리고 이 시점에 암에 걸리고 옆 병실의 꼬마아이를 지켜보며 관심을 갖게 된다.
아들에게 못해줬던 사랑을 옆 병실 아이에게 쏟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그 아이가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신 일을 하는 여자와 거래를 한다.
다만 죽음을 죽음으로 맞바꿀 수는 없고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꿀 수만 있다고.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꾸는 것이 궁금해 소설을 빠르게 읽었다.
이 그림처럼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되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사랑하는 아들은 다른 사람의 아들이 되고, 내가 이룬 업적은 다른 사람의 것이 되는 것.
그제야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의 관심은 절대 되찾을 수 없어.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 그 시기가 자나면. 그 시기가 맨 먼저 지나가 버리거든."-p88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좋은 부모란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일까?
모든 부모는 가끔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5분쯤 그 안애 가만히 앉아 있을 거다.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가는 숨막하는 부담감을 달래며.
모든 부모는 가끔 열쇠를 들고 열쇠구멍에 넣지 않은 채 계단에 10초쯤 서 있을 거다.
그저 숨을 쉬고, 온갖 책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갈 용기를 그러모으면서. -p34

책 표지에 있는 추천사들이 너무나 거대해서 무슨 내용일지 가늠이 안되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다 맞는 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의 모든 결정과 우선순위에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것도.
세번이나 연거푸 읽었으므로, 이 책은 나에게 300페이지짜리 소설이라는 것도.
동화처럼 색연필로 그린듯한 그림과
종이의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글
그리고 얇은 양장본.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프레드릭 배크만답게 무거운 내용이 담겨있었다.
부모되기 교육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