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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신혼여행지로만 알던 보라보라섬
그곳에도 사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신혼여행처럼 평생을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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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 날개에 있던 말처럼
섬은 꿈꿔왔던 것만큼 완벽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낯선 세계가 숨겨왔던 표정을 발견해나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오늘을 나누는 일.
우리를 괴롭히는 사소한 일들에
다시 사소한 위로로 맞서는 일.
이건 그 사소함에 흔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라보라섬은 여행지로 유명하지만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처럼, 여행지의 숨겨왔던 표정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을 그린다.
그리고 작가가 이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게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남편과 함께 살아가기에 새로움과 낯섧, 그리고 숨겨져있던 것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개의 쪽글 중 마음에 와닿았던 몇편들.
일단 남편과의 친구스위치가 와닿았다.
한 사람이 요청하면, 아내나 남편의 역할은 모두 내려놓고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절대 객관저긍로 판단하거나 충고하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주고, 격하게 공감해주며, 무조건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것.
보라보라섬이랑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보통의 가족끼리도 필요한 스위치인 것 같다.
그리고 엄마와의 시간도.
의외로 엄마와의 대화가 제일 새로웠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한가지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나는 엄마를 몰랐다. 물론 엄마도 나를 몰랐다. 이제는 엄마를 안심시키기보다,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새로운 땅이어서 그랬을까. 모르겠다. 다만 내가 솔직해질수록 엄마는 더 당황했다. 말을 돌리기도 했고, 상처받은 표정이 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엄마는 곧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건 곧 내가 엄마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뜻이고, 엄마가 내게 무척 실망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진자로 쌓아가려면 일단은 허물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슬프고 무척 기쁜 마음으로 엄마가 내게 실망할 그날을 기다린다.-p189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 할머니께 보낸 편지도, 이 짧은 글을 읽고 이렇게 울컥할 수 있나싶을 정도로 슬펐다.
할머니.
미안해.
아빠는 내가 많이 사랑할게.


이렇게 멋진 글을 많이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짧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글.
보라보라섬에 대한 묘사는 없지만 보라보라섬을 알 것 같은 글.
작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작가와 작가의 가족들에 대해 알 것 같은, 그리고 좋아하게 되는 글.
정말 멋진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내가 살고 싶은 삶이기도 하다.
정전이 되면 아무래도 불편한 것들이 생겼다. 인덕션이 안켜지니 요리를 할 수 없었고, 아이스크림, 냉동만두, 냉동과일 같은 냉동고의 음식들이 금세 녹아버렸다. 와이파이도 사라지고, 핸드폰 자체의 신호도 거의 안 잡혔다. 하지만 윌는 정전이 되는 걸 내심 반가워하기도 했다. 비로소 보라보라의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었다. 아주 느린, 그래서 심심한.
심심한 건 좋은 일이었다. 무언가가 하고싶어지니까.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나는 고개를 들어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펀은 미뤄두었던 분갈이를 하자고 했다......-p249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