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마존 탐사기 - 열정 가득 20대 청년의 아마존 야생 탐사 기록!
전종윤 지음 / 지오북 / 2019년 10월
평점 :
아마존 탐사기라 해서 아마존을 여행하는 여행서적인 줄 알고 골랐던 이 책은 아마존이 그렇게 쉽게 여행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조사하는 일지의 형식을 취하는데, 저자가 참여한 시기에는 아마존 두 장소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한다. 이차림에 가까운 일차림이면서 범람원으로 비교적 습한 저지대인 너클헤드와, 일차림이면서 건토로 비교적 건조한 고지대인 바이퍼 폴스에서 각각 종을 채집하여 관찰하고 비교하는 것이다. 책의 대부분이 생물을 잡고 어떤 종인지 확인하고, 사진과 기록을 남기고, 저녁이 되면 이들을 풀어줌과 동시에 그동안 잡힌 생물을 데려와서 다음날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계속 이런 일상이 반복되는 미시적인 내용을 다루는 줄만 알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를 통해 양서류와 파충류에게는 습한 곳이 더 적합한 서식지이며, 더 활발히 활동한다는 것을 수치로 정량화해서 확인하는 데이터 분석을 보니, 괜히 내가 다 뿌듯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에 가득 실린 양서류와 파충류, 그리고 가끔의 곤충이나 다른 생물들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것이 긴장되었는데, 계속 읽다보니 사진을 보고 어떤 종일지 함께 추론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리에 얼룩무늬가 있는 개구리는 얼룩무늬나무개구리와 점박이나무개구리 두 종이 있고, 배면에 얼룩무늬 여부로 두 종을 판별한다는 것,
둥그런 발가락을 가진 개구리는 나무개구리라는 것.
이런 소소한 지식이 쌓이는 것이 느껴지며 개구리들의 사진을 보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 연구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았다.
p81. 똑같이 생긴 녀석들이 비늘의 수로 종이 나뉘는데, 그 비늘 수조차 일정치 않다고 하니 내 머릿속에서는 ‘종’에 대한 개념 또는 경계가 순간적으로 아득해졌다. ‘종’이라는 것은 학술 연구를 위해, 그것이 아니더라도 어느 한계까지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나비와 나방이 다르듯). 하지만 그 경계가 어디인지, 나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정말 원시 인간의 생존과, 현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부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121 방형구 조사 두 개를 하였으나 별 소득 없이 조사 구역만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말았다. 두 번째 구역은 중간에 작은 개울이 흐르는 습한 곳이라 더 기대가 되었는데 마음만 앞섰나보다... 방형구 조사 자체가 워낙 과격하게 진행되다 보니 이 정도의 자연 교란은 불가피한 결과지만, 이럴 때면 괜스레 자연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미약하지 않은, 어느 정도 수준의 교란은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에 유리하다는 ‘중간교란가설’을 괜히 상기시키며 열심히 정글도를 휘두른 스스로를 합리화해본다.

실수를 통해 배워간다고들 하지만 생명체에 대한 실수는 그 생명체의 남은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기에 실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기도 하고, 작가의 반성, 걱정하는 마음에 공감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들이 책으로 나가면 지탄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보내는 작가의 솔직함에, 이러한 실수 외에는 없었을 것이며, 기본적으로 생명을 소중히여기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p246 사진을 찍고나니 녀석의 뒷다리가 펴진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정상적인 자세라면 개구리들은 항상 뒷다리를 접어두는데 녀석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뒷다리에는 작은 움직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내 손아귀에서 녀석의 뒷다리 고관절이 부러졌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예쁜 사진을 찍겠다는 미몽으로 한 생명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끔찍한 고통을 주고 말았다. 아무런 힘도 없이 숨만 몰아쉬는 녀석의 눈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미안했다. 이제 움직임을 잃은 녀석의 눈을 바라보기가 너무나 미안했다. 이제 움직임을 잃은 녀석은 곧 쇼크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리라. 나는 이 작고 여린 녀석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 감각 있는 사진작가보다는 공감하는 보전생물학자가 되어야할텐데.
p258 그냥 내가 조금 아프더라도 애초부터 이렇게 잡아넣었으면 될 것을. 나의 경험부족과 두려움으로 괜히 녀석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말았다. 내가 조금 아플 것이 걱정되어서 겁을 먹다가는 동물들이 훨씬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간에겐 잠깐 쓰라리고 말 것을 피하려고 주저하는 순간 동물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잇다는 사실을 나는 이렇게 배우게 되었다. 내가 작은 고통조차 양보하지 못해 녀석의 꼬리를 부여잡고 있던 사이 공중에서까지 스스로 꼬리를(잘리지 않을 것만 같던) 포기한 그 녀석은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꼈던 걸까.
p155 카메라가 초점을 잡기도 전에 세줄독개구리는 금세 도망을 가버렸다. 원래 등에 지고 다니다 떨어진 제 새끼들도 포기해버린 채였다.(번식기의 세줄독개구리는 수컷이 올챙이들을 등에 붙이고 다니는데 이 녀석도 그런 수컷 중 하나였다. 다만 우리가 측정을 하다 올챙이들이 제 자리를 잃었다. 올챙이들이 살 수 있도록 물을 넣은 주머니에 담아두었다.) 이제 이 올챙이들은 스스로 연못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올챙이들이 안쓰럽고 그들에게 마냥 미안할 뿐이다. 우리의 부족함으로 올챙이들은 아빠를 잃고 험난한 세상에 던져진 셈이니. 관련 연구가 없어 이들의 운명을 가늠할 수도 없는 게 참 한스럽기만 하다. 아빠 없이도 못 속에서 잘 살아남기만을 바라고 또 바란다.
여기에서 관련 연구라는 내용이 나오다니. 철저하게 연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마존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곳에서 겪은 일, 잠깐의 여행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아마존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사진들도,
몽골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는 천둥번개 이야기도.
p273 오늘밤도 하늘에는 번개가 번쩍이고 간간이 들리는 천둥소리도 요란했다(천둥소리 없이 내리치는 번개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소리가 닿지 못할 만큼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일까?). 어제보다도 더 강렬한 것 같았다. 번개가 하도 끊이지 않고 섬광이 내리치니 주변 전체가 밝아지고 땅이 흔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핵심은 생물에 대한 연구!
생물학이나 양서류, 파충류에 관심 있는 어린이들이 읽으면 이 분야를 진학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이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