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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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을 코앞에 두고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사진은 물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돈 인물처럼 그렇게 묻혀있던 정끝순 여사가 어느날 오후 갑자기 우리집 앞에 나타나 벨을 눌렀다.


로 시작하는 장편소설.

이야기가 진행되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말에 의해 할머니는 염병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니라 일본 순사와 바람이 나서 독립운동을 했던 동지들을 밀고하고 한살된 쌍둥이 남매인 아버지와 고모를 버리고 일본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게 진실일까?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또 한가지 의문

할머니에게 60억이 있을까?


그동안 돈을 좀 벌었다. 꽤 된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 난 더 이상 돈이 필요 없은데, 복지단체에 기부하려니까 왜 그렇게 허전한지. 이제와서 칫쥴 이야기하는 걸 참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꼭 너희들, 바로 내 핏쥴에게 물려주고 싶구나  이번에 꼭 너희들에게 주고 가고싶다. 물론 받으려 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오래있지 않을 테니 좀 봐다오.

일본에서 택시회사를 했다. 이번에 정리했더나 한국돈으로 한 60억 되는구너. 너희들에개 물려주면 세금을 제하고도 거의 40억 된다고 하더라.



뒤표지에 쓰인 문구. '폭력의 역사를 끝내는 데 60억이먄 충분했다. 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설명된다. 60억이라는 말에 가족들의 반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누가 더 할머니의 마음에 들어 많은 돈을 물려받을지러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60억이 있다는 것을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할머니의 과거에 대한 진실과

할머니의 60억에 대한 의문 두가지가 끌고 나가는 이 소설은 추리의 흥미진진함뿐만 아니라 코미디같은 순간들, 그리고 가슴아픈 순간들로 알차게 짜여있다.

그 중 가장 가슴아팠던 부분은 종이공예를 하며 할머니와 마음을 터놓은 가족이 된 나(동석)와 할머니의 대화부분이었다.


"할머니는 거실에서 왜 창밖만 바라보나요?"

한동안 작품에만 몰두하던 할머니. 수줍은지 얼굴을 붉혔다.

"얼굴이 보고싶어서. 네 아비도 너도 동주도, 달자도 다 얼굴이 보고 싶어서."

"그런데 왜 창밖을?"

"직접 보긴 뭣해서 창에 비친 모습을 보는 거란다" -p223


이렇게 할머니와 가족이 되어가고

모든 의문은 풀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정상적이었던 가족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왜 그랬는지 몰라. 언제부턴가 가족이 미웠어. 가족들은 사실 그냥 자기 인생을 사는 건데 나만 잘난 척하느라고 그걸 다 짐이러고 생각했나봐. 아, 창피해."

할 말이 없었다. 다른 가족은 몰라도 난 확실히 동생에게 짐이었다.


변변한 직장도 목표도 없이 술만 마시고 다니며 35살이 된 나와 가족부양은 팽개치고 정치판에만 기웃거리며 집을 담보로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아버지, 선비의 기풍을 지녔다고 위엄을 보였으나 할머니가 나타나자 유약하고 경솔한 모습이 드러나는 할아버지, 환갑이 넘었는데도 슈퍼를 운영하며 다섯식구를 먹여살리는 어머니, 이혼 위자료로 받은 건물이 있으며 전임강사 겸 칼럼니스트로 살림에 보태고 있는 동생.

이렇게 다섯명의 가족구성원이 할머니의 등장으로 함께 청소를 하고, 집에 들어오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이렇게 가슴아픈 가족소설이기도, 미스터리 코미디이기도 한 이 소설은 사실 7년 전에 나온 작품의 개정판이라고한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을 다시 내며 마마지막 부분을 바꿀까하는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다 한들 할머니의 과거가 달라질 수 없고, 폭력이 사라질 수 없는데 과연 무슨 의미가 있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화려한 장례식 장면을 넣을까 하다가도 제니할머니가 언제꺼지나 신나게 세상을 누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할머니의 스토리를 끝냐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의 말대로 이 소설은 이대로 너무 완벽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폭력을 보여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첫 장편소설이었다니 새삼 김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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