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교육 혁명
아라이 노리코 지음, 김정환 옮김, 정지훈 감수 / 해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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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답이 뭘까?

이 문제는 AI보다 인간이 잘 풀 수 있는 문제이다.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 AI, 인간을 지배하려는 AI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많은 현실에서, 이렇게 인간만이 더 잘 풀 수 있는 문제의 존재는 걱정을 덜게 해준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더 잘푸는게 맞을까? 나는 이 문제의 답을 맞췄을까?


4차산업혁명에 관한 TED같은 강연이나 책을 읽었다면 지금 커나가는 아이들의 일자리는 우리의 지금 일자리와는 다를 것이라는 것에 고민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강연이 아니더라도, 말로 묻기만 하면 정보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을 보며, 이세돌을 이긴 AI알파고를 보며 위협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보게 된 

<대학에 가는 AI &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

AI가 대학까지 간다니...

똑똑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겠지? 그럼 대학입시에서도 경쟁자가 되는건가? 일자리 뿐만 아니라 생활 속 모든 장면에서 AI와 경쟁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답답해져왔다.

그러나 책이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

교과서를 못읽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에서 교과서를 읽을 줄 안다면 뭔가 AI를 능가할 수 있는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표지의 추천사가 국어교육과 교수와 서울과학고 교사라는 것에서 그 해답이 국어교육에 있는 것인가 하는 희망이 생겼다.

국어교육의 어떤 면이 인공지능보다 인간을 더 능력있게 만드는 것일까?


.


그러고 나서 차례를 보니 1장에서는 AI인 인공지능로봇 도로보군을 프로그래밍하여 일본의 대학입학시험을 보게 하는 과정이 나와있다.

이 도로보군은 각 과목의 문제를 풀 수 있게 하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차차 점수를 올려나가며 대학에 입학할 성적을 만들어가는데,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독해력, 유연성, 판단력의 벽이다.

그래서 2장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신격화시킨 AI의 실제와 한계를 보여준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적인 대답을 내놓기 때문에 인간을 넘어서는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 AI는 상식에 기반한 독해나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3장에서는 이것을 우리 아이들도 못한다며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보여준다. AI가 못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인간이 못한다면 앞서 말했던 긍정적인 미래는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 일자리는 없을 것이고, AI를 적절하게 활용할 능력도 소수만 가지고 있어 사회의 발전도 없고, 자본과 권력은 이를 다룰 수 있는 소수에게만 몰릴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하는 것이다.

 

문장의 구조를 이해한 다음 생활 속의 경험이나 상식, 여러가지 지식 등을 총동원해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인 추론

제시된 도형이나 그래프를 문장과 비교해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인식하는 능력인 이미지 동정

정의(사전적 정의/수학적 정의)를 읽고 그것과 합치하는 구체적인 예를 인식하는 능력인 구체예 동정


이 세가지 능력은 의미를 이해하지 않는 AI가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한다. 이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추론능력>

에베레스트산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엘브루스산은 에베레스트산보다 낮다


위의 문장에 적힌 내용이 옳다고 할 때, 아래의 문자에 적힌 내용은 (옳다/틀렸다/판단할 수 없다)


<이미지 동정>

사각형 속에 검게 칠해진 원이 있다.

위의 내용을 나타내는 그림으로 적당한 것을 모두 고르시오


<구체예동정>

2로 나누어떨어지는 수를 짝수라고 한다. 그렇지 않는 수를 홀수하고 한다.

짝수를 모두 고르시오

1. 65

2. 8

3. 0

4. 110


나는 AI가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넘어섰나?

예제는 쉽게 풀었지만 실제 문제는 못 푼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찍어서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은 인간이 아닌것인가... 인간의 장점을 발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아래 문제는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도 틀렸다고 한다.


-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는 글루코오스가 이어져서 생긴 전분을 분해하는데, 같은 글루코오스로 만들어졌지만 모양이 다른 셀룰로오스는 분해하지 못한다.

문맥을 골했을 때 다음 문장의 빈칸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당한 말을 선택지에서 하나만 고르시오

셀룰로오스는 (전분/아밀라아제/클루코오스/효소) 과(와) 형태가 다르다.


아래 문제는 AI는 맞췄는데 학생들은 50%도 맞추지 못한 문제이다. 중1의 경우에는 23%의 정답률을 보였다는데, 4지선다이기 때문에 찍으면 25%의 정답률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일이다.


- Alex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사용하는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 Alexandra의 애칭인 동시에 남성의 이름 Alexander의 애칭이기도 하다.

문맥을 고려했을 때 다음 문장의 빈칸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당한 말을 선택지에서 하나만 고르시오

Alexandra의 애칭은 (Alex/ Alexander/ 남성/ 여성)이다.


쉬울 것 같은 동의문 찾기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1639년 막부는 퐆르투갈인을 추방하고 다이묘에게 연안의 경비를 명령했다.

- 1639년 포르투갈인은 추방되었고 막부는 다이묘에게서 연안의 경비를 명령받았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의 55%는 두 문장이 다르다고 응답하고, 45%는 같다고 응답하였다.


이런 한 문장 자체도 해석하지 못하는데, 이번 수능 국어 영역의 31번처럼 선지 하나도 이 분장보다 긴 문제는 풀지 못한다는 뜻이다. 과연 이 아이들은 수능문제 중 몇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것일까? 

그리고 이 아이들이 교과서, 신문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RST검사에서 이 정도의 결과를 얻고있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중간에 Alex 문제에서는 '애칭'과 같은 어려운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 추론하려 노력하지 않고 건너뛰고 읽어나가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했다. 그렇다면 어휘교육이 그 답인가?





통계를 바탕으로 한 AI의 결과는 과거의 판단을 답습할 뿐이기 때문에, 사회가 왜곡되어있다면 왜곡을 증폭시킨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딥러닝에서 AI의 정확도는 데이터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가치 있는지, 누구에게 가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이 책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RST같은 검사지로 아이들의 독해능력을 측정해보고 적절한 대안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일이다.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니.

다만 RST검사에 대한 설명에서 보았듯이 문제 수가 한정되어 있어 유출되면 검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새롭고 신뢰도 높은 문제들이 계속 개발되어 검사지를 활용한 독해력 교욱방법, 가치판단에 대한 교육이 많이 개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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