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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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너무 즐겁게 읽었다.
열림원에서 출간된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두번째 소설이다. 가을이라 더 프랑스 소설이 땡긴다.
책을 읽는데, 자꾸 파리에 여행갔었던 십년전이 떠오른다.
커다란 나무문을 열고 들어간 한 작은 아파트는 파리 시내에 위치한 한인 민박이 있는 아파트였고, 우리가 쓰던 민박집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그 아파트의 삼층에 위치해 있어서
삐거덕 거리며 빙그르르 돌며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올라가야했었다.
깔끔쟁이 이십대 한국 여자들만 쓰는 여성전용 한인민박집이 삼층에 한 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집의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은 나폴레옹 시대때부터 썼던 나무 변기라고 했다.
그많은 한국 여인들이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려도
내가 있는 일주일동안은 화장실이 고장난적이 없었는데,
욕실도 또한 거뜬했다.

손님들이 사용만 하면 고장이 나버리고 막혀버리는 배수구로 유지보수하기에 바쁜 장엄호텔의 주인 “나”를 생각하면
그때 내 파리여행의 한인민박집은 정말 splendid hotel이었다.

어릴적 나를 두고 언니 아델과 아다만 데리고 떠난 엄마, 방마다 세면기를 설치할 정도로 그 시절 그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자랑스럽게 할머니 자기만의 호텔을 지어 장엄한 호텔을 갖고 싶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장엄호텔은 그냐말로 이름뿐인 호텔이 되었고,
엄마는 언니들을 남겨둔채 죽었다.
아다는 아프고, 아델은 변덕이 심하다.

나는? 나는 할머니, 엄마, 아다, 아델 중 누구와 닮은걸까.

결국 장엄호텔에 홀로 남겨진 나는 여전히 장엄호텔은 유지보수하며 지내고 있다.
장엄하지 않은 장엄호텔을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적인 이야기.
책을 읽으며 자꾸 십년전 파리의 길바닥이 생각이 나고, 한인민박집의 화장실이 생각이 나고, 삐거덕 거렸던 나무 계단이 생각이 난다.
여행지의 파리말고도,
책속의 주인공 나를 버티게 하는게 무엇인지를 찾는것이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인 거 같다.


<서평단활동으로 책을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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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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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홍예진님의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소설을 쓰고 아이를 키우고 한국밖에서 본 한국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내려간 이야기를 먼저 읽으며
그녀의 매력에 빠졌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도 궁금했고, 이번 소설을 읽고 나서는
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머리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그려졌고,
빠른 전개에 몰입도는 그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게 바로 그 리얼함에 있는데, 이 소설은 리얼함에 환타지를 더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한 후에 책을 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작가가 더 좋아졌다.

소나무 극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전쟁이 있던 70년전부터 현재까지 걸쳐 이어졌다. 1929년생, 차인석과 영임, 그리고 수찬. 서로 사랑하는 사이면서 극작가를 꿈꾸는 영임과 배우를 꿈꾸는 인석은 둘의 꿈이 전쟁과 피난으로 무참이 무너지고, 수찬은 전쟁뒤에
셋의 염원을 담아 소나무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셋의 운명이 어떻게
어긋나게 되었는지는 세명 모두 다 알지 못하게 되고, 훗날
후손들과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스로 명맥이 이어지게 된다.
그 운명같은 이야기가 시간을 거슬러 영혼과 현실의 사람으로, 세대를 이어 70년전의 젊은 인석과 70년후의
영임이 만날 수 있도록 연결시켜줄 수 있었던 그 마법같은 힘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뛰어넘은 숭고하고 간절한 바램이기에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간혹 이런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 힘을 느낄 때가 있다.
돈으로도, 시간으로도로 이길 수 없는 단단한 힘을 가끔은 인정하고 싶고, 인정해야할 때를 느낀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과 기억, 사랑 그런것들의 존재같은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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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하우스 물구나무 세상보기
김완진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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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어달 이사를 앞두고 있다.
삼년전에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무더운 8월에 모델하우스 앞 자갈밭에 박스 깔고 앉아서 줄을 서서
아파트 분양에 당첨이란 것을 하고난 후,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도 하고 필요한 가전이나 가구를 체크하고, 집안 꾸밀 생각을 하고 있는 달씨나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당장 내년부터는
정든 학교의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헤어지고, 새로운 동네에서 새 친구들과 새 선생님들과 만나야하는 입장이다.
첫째아이는 겨우 학교에 적응한 1학년인데, 이제 2학년을 새 학교에서 적응을 해야하고,
둘째아이는 새 유치원에 다녀야한다.
둘의 적응기가 또 나의 숙제일터.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 “HOUSE 하우스”속의 “나”처럼
아이들은 이사간 새집과 새 동네가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을거 같다.

외계인이 사는거 같고,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로봇처럼 배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아저씨가 있는 새집이 아이에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알고나면, 우리 주변의 이웃들은 다 우리 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걸리는 그 시간을 좀 더 짧게 하기위해서는
우리 엄마아빠가 투명인간이 보이는 안경과 투명망토를 하루빨리 만들어줘야할 것이다.

나와 달씨도 그렇게 더 노력해야지.


책속의 초현실주의작품으로 느껴지는 그림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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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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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무와 숲이 주는 힐링의 에너지를 강력히

원하는 순간을 자주 느낀다.

아무래도 요즘 코로나시국으로 인한 외출자제, 자유에 대한 억압때문인거 같다.



아이와 함께 숲속에 있는 미술관에 간적이 있는데, 네식구 모두 마스크를 한 상태였는데, 목이 마르다는 아이에게 물통을 꺼내 물을 따라주고나니

아이가 하는말이 “엄마, 마스크 잠깐만 벗어봐. 숲냄새 진짜 좋다”하는 것이다.

잠깐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마스크를 벗으니

숲속 향기가 얼마나 싱그럽게 다가오던지.

아이와 함께 습하~ 습하~ 하며 숲향기를 맡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처럼 나무와 숲이 주는 힐링의 에너지는 이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반감되어서나마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이미 내 몸속 피부와 혈액과 신경안에 어릴적 뛰어 놀던 나무와 땅에 대한 경험의 메모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읽는 책과 보는 책을 적절히 섞어서 즐긴다.

아이들을 재우고 정신이 집중되는 새벽녘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글들을 읽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가끔 피로감을 느낄때면 냉장고속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먹듯, 나무와 자연에 관련된 책을 읽는데, 대부분 그림이나 사진이 함께 있어 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낀다.



이번에 만난 “어떤 날, 수목원”은 후자에 해당한다.

작가가 수목원으로 산책을 나가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리고, 나무와 풍경을 그리고, 생각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기록한 일상들이 모여

한권의 작품집이 완성이 되었다.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들은 색연필로 그린 듯한 터치가 매우 인상적인데, 책속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 과하지 않은 명암의 자연스러움이 바로 내가 연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다채로운 그 색상의 향연이라니.

한가지 색만으로 나타낼때의 매력은 또 어떻고.



이런 그림들 앞에서 속수무책인 사람들 많이 있을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한장 펼쳐서 책꽂이에 세워두고 거실한켠에 액자처럼 전시해두고 싶다.



작가가 그린 나무들이 다 제각각 다른 모습인데, 그 특징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읊조리면서

그림감상하는 즐거운 사치를 누려보리라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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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 I’M THE BAD GUY,
안드리안 베슬리 지음, 최영열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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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빌리 아일리시를 알게 되었을때는 광고음악에서 였던거 같다.
한 여자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기가 부끄러웠던 주인공에게 세상에 나와 보여주고 숨지말라는 뮤직비디오였다.
그 광고를 보고 그 노래를 찾아서 듣고 또 듣고, 그러다 빌리 아일리시를 알게 되고, 그녀의 다른 노래들을 찾아 듣게 되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01년 LA다운타운에서 몇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하이랜드파크라는 동네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내가 01학번인데 01년생이라니!!
집에서 홈스쿨을 하던 형제밴드 핸슨을 좋아하던 엄마의 영향으로 빌리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는 홈스쿨을 하며 자랐다. 내가 처음으로 팬클럽에 가입했던 가수가 바로 핸슨이었는데, 왠지 빌리의 엄마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배우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두 남매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자유롭게 연주하고 곡을 만들며 배우고 싶은 분야는 열정적으로 배우며 자란다.
그런 배경이 13세인 빌리 아일리시를 전세계적인 팝스타의 탄생이 된, 음악 공유 플랫폼에서의 히트를 할 수 있게 만들었던 거 같다.
그녀가 어릴때부터 오빠와 만든 노래들이 그녀가 가수가 되고 발표하는 곡들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이미 천재적인 남매였던 거 같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목소리와 개성있고, 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알고 어필할 줄 아는 밀레니얼의 모습을 띤
그녀의 언행들이
그녀의 팬들을 더 끌어당기게 하는 거 같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오랜만에
다시 빌리 아일리시를 모아 듣는 요즘
선선한 밤의 온도와 맞물려
더 부드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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