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집을 수 있는 물건으로 판매한다는 소재가 독특하게 느껴져서 이 부분 읽을때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는 것 같다.
감정을 통제하는 거나 아니면 그것을 흘려보내는 것이라는 부분도 현실에서 느끼는 상황들과 결부되어서 인상 깊게 느껴졌다. 특히 작품 내 인물들의 말이 하나하나 내 마음에 와닿는게 맘에 들었음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하는 일이 아닙니까?" - P214

그때 나는 문득 얼마 전 오만상을 찌푸리며 보았던 신파영화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내 옆자리에서 세상이 무너진 듯 엉엉 울며 손수건으로 코를 닦던 한 중년 여성을 떠올렸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는영화에 대한 메모를 하고 있었고, 그녀는 내 옆에서 한참이나 훌쩍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이런 억지 신파영화에 그렇게 감동을 했을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그녀가 가방에서 영화 포스터를 꺼낸 다음 신경질적으로 구겨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돌아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 여자에게 영화의 내용은 중요했을까? 그 순간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P215

"어떤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어. 고체보다는 기체에 가깝지. 무정형의 공기 속에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짓눌러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존재일까? 나는 허공중에 존재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래. 네 말대로 이것들은 그냥 플라시보이거나,
집단 환각일 거야. 나도 알아."
보현은 우울체를 손으로 한 번 쥐었다가 탁자에 놓았다.
우울체는 단단하고 푸르며 묘한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동그랗고 작은 물체였다.
"하지만 고통의 입자들은 산산이 흩어져 내 폐 속으로들어오겠지. 이 환각이 끝나면."
우울체 하나가 탁자 위를 굴러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게 더 나은 결론일까."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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