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구! 아이앤북 문학나눔 25
이경옥 지음, 권송이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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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에 대화를 건네는

달려라, 달구!』 

 

역사는 고립되고 추상적인 과거가 아니라 현실에도 계속 연결되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Edward. H. Carr) 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바로 알고, 역사 앞에 옷깃을 여미며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작품으로 말하는 작가들이 어떤 역사관을 갖고 있는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달려라, 달구!는 그런 면에서 관심이 가는 작품이다.

 

달려라, 달구!는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과 함께 살아온 삽살개 달구의 이야기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부터 고통을 당한 건 우리 민족만이 아니다. 일본은 부족한 식량이나 자원을 수탈해 갔는데, 삽살개도 그 대상이었다. 삽살개의 가죽이나 털은 전쟁 중인 일본군의 옷이나 모자로 만들어졌다. 또 일본은 우리 민족이 오래도록 사랑해온 삽살개를 깡그리 없애서 민족혼을 짓밟으려고 했다.

 

작가는 아픈 과거라도 기억해야 한다. 아픈 역사라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한다면 반복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대처할 수 없기’(머리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역사관으로 주인공 여명과 친구들을 등장시켜 삽살개 달구를 지키려고 한다. 영특한 삽살개 달구는 여명과 같이 독립자금을 전달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여명은(축약) 조선 사람이 조선말도 못하고, 사람도 개도 모두 잡아가도 꼼짝 못 하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려, 인자 곧 우리 동물이고 식물이고 사람이고 우리 것들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거여.” (166)

 

아픈 역사를 살아낸 우리 민족이 바라던 것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우리가 주권국가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독립운동을 하던 준섭 아저씨, 쌀가게를 하며 독립자금을 대던 여명이네, 전쟁터에 끌려간 정명 외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민초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다신 아프고 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먼저 역사의 진실을 알고, 바로 세워야 한다. 달려라, 달구!는 삽살개 달구의 활약, 독립을 위해 힘을 모으는 민초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그들은 왜 목숨 걸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을까? 역사에 대한 질문과 답이 우리를 퇴보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읽을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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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필요 없어 솜사탕 문고
정혜원 지음, 정수 그림 / 머스트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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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에서 사유해야 할

지름길은 필요 없어』 

 

요즘 다문화가정의 생활을 보여주는 방송프로그램이 낯설지 않다. 다문화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살아가야 할 현실이지만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름길은 필요 없어는 우리가 사유할 소재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겪는 이야기로, 반 아이들과의 갈등도 있지만, 다문화가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아이를 심리적 대립인물로 등장시키고 있다.

저출산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이 늘어 간다. 그러나 학마을은 예외로 아기 울음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마을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들이다. 그럴 때마다 금줄을 쳐주는 노인정 할머니가 돌아서며 한숨을 짓는다.

우리 마을에 저런 아이들이 늘어 가니 큰일이야.” (7)

이 말은 언어문제, 인종문제, 마을 구성원으로서의 자질 문제 등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름길은 필요 없어에 나오는 우주와 하늘이도 필리핀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둘은 아빠도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로,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렇지만 다문화가정의 아이로서 대처하는 방법은 다르다. 우주는 체육대회 선수로 뽑혀 아이들에게 주목을 받는 반면 하늘이는 소심한 성격 탓에 점점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진다. 별명도 우주는 날쌘 초코볼, 하늘이는 까만 땅콩이다.

하늘이는 마을 큰길로 다니지 못하고 누가 볼까 봐 홀로 지름길로 다닌다. 인기 좋은 우주와는 달리 편견이 따라다닌다. 얼굴이 까맣다고 놀림을 받고,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한다. 게다가 선생님의 편견에 반성문을 쓰게 된 하늘이는 무척 고통스럽다. 그 상황을 알게 된 하늘이 아빠는 불의를 참을 수 없어 학교에 찾아가 항의한다. 그제야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닫게 된다.

하늘이 아빠의 적극적인 항의로 인권이 회복되고, 하늘이 엄마는 방과후 영어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여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늘이 엄마가 방과후 영어교사가 된 것은 다른 다문화가정의 엄마들도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지름길은 필요 없어.”

하늘이가 길 한 가운데 서서 크게 외친다. (85)

편견에 시달린 하늘이의 외침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편견을 버리고 사회의 일원으로 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폭넓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데 마음을 보탤 것이다. 비비디 바비디부(신데렐라), 하쿠나 마타타(라이언킹)의 주문처럼 지름길은 필요 없어가 함께 살아가야 할 다문화사회의 주문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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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김정배 지음, 에스카.자경 그림 / 한그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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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하나씩 켜게 하는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

 

인생에서 최초로 만나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을 맛본 아이들이라면, 앞으로 문학작품을 향유하며 자신만의 우주를 품고 자랄 것이다. 이처럼 잘된 그림책은 평생 마음의 양식이 된다. 그래서 좋은 그림책을 보아야 하고, 읽어야 한다.

 

반짝반짝 작은 등대 도대불은 표지부터 눈길을 끈다. 망망대해에 아주 작은 불빛 하나! 바람이라도, 비라도, 눈이라도 내리면 스러질 것 같은 작은 불빛을 등대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은은한 불빛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여 책장을 넘기게 한다.

 

제주도 해변마을이 배경으로, 바다로 갈치낚시를 나가는 아빠를 배웅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빠는 흐리지만 크게, 엄마와 달중이는 작게 그려져 있다. 아빠의 모습을 크게 그린 것은 아빠의 자리가 크고 소중하다는 면도 있겠지만, 달중이가 아빠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의 크기를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달중이는 아빠를 배웅하면서 늘 그랬듯이 아빠, 잘 다녀오세요.란 말을 입 밖으로 하지 않는다. 아빠도 말없이 등을 보이며 바다로 간다. 그러나 어둠 품은 바다에 몰아친 거센 폭풍은 아빠를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 빛만 있어도, 한줄기 빛만 있어도 아빠는 돌아왔을 것이다.

그날부터 엄마는 낮이고 밤이고 바닷가로 간다.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럴까, 하다가 급기야는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린다. 그러나 달중은 안다. 눈물 흘리는 이별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돌을 쌓고 있다는 걸. 엄마가 쌓고 있는 돌은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들이 안전하게 포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힐, 제주에만 있는 도대불이다. 돛대처럼 높은 대를 이용해서 불을 밝혀서 도대불, 일본 도우다이(등대)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는 도대불. 도대불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등대와는 달리 마을 어부들이 당번을 정해 불을 켜고 끄고 했다고 한다.

 

슬픔을 가슴에 삭이며 돌을 쌓는 엄마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붉어진 눈시울이 눈물로 툭 터지는 장면은 고기잡이 나간 아빠가 마중나간 달중이를 업고 돌아오는 회상장면이다.

 

아빠 힘드시잖아. 걸어가야지.”/엄마가 눈총을 주어도 못 들은 척/아빠 등에 손가락으로 파도도 그리고/ 갈매기도 그리곤 했지요./ ! 그때 아빠, 사랑해요.’라고 쓸걸.

 

바다로 나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아빠, 어둠을 밝히기 위해 돌을 쌓는 엄마, ‘안녕히 다녀오세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갈 달중이를 위해 도대불 하나씩 켜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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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뭐 그래! 즐거운 책방 4
문정옥 지음, 신민재 그림 / 다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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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불러오는 친근한 캐릭터

어른이 뭐 그래

 

명나라 때 사상가이며 문학가인 이지는 분서에서 동심은 진심(眞心)이며 초심(初心)이며 본심(本心)”이라고 동심설을 기술하고 있다. 또 그는 당시의 도학자들을 겉으로는 도를 말하나 속으로는 부귀를 바라며, 유학자의 고상한 옷을 걸쳤다.”고 비난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마음의 고향인 동심설에 견주면 당시 도학자들은 요즘 어른들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살핌으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비교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른들의 바른 안내는 필요하다. 하지만 잔소리 듣는 걸 좋아하고, 비교당하는 걸 반기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과잉 잔소리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자칫 아이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길 바란다.

 

문정옥의 어른이 뭐 그래는 주위에서 본 듯한 친근한 주인공 석기를 등장시켜 아이다운 진심을 알아가게 한다. 석기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의 캐릭터이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사고뭉치가 되어 인정받지 못하고 형과 비교 당한다. 그런 석기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어른이 뭐 그래? 나도 이제 엄마 말, 안 들을 거야!”(p.13.)

 

비슷한 처지의 독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한 듯한 선언이다. 아이가 말썽꾸러기라고? 사고뭉치라고? 신경 쓸 일 없이 잘 자라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라는 아이라서 그렇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잔소리 폭탄을 날리는 어른들이 있다면 석기의 외침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석기 엄마처럼 제발 엄마 체면 좀 살려줘라’(p.12.) 라고 아이에게 주문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우리 주위에 많은 석기들이 있을 것이다. 사고뭉치 신세가 되었지만 그것을 건강한 동심으로 극복했기에 마음 그릇이 크게 자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석기를 무조건 응원하는 이모 할머니의 역할도 이 시대에 필요하다.

읽는 재미에 빠져 속도를 내다보면 어느 순간, 사고뭉치 석기가 한 뼘 마음의 키가 자라 있음을 발견하고 미소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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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8
박혜선 지음, 이윤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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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있는 현실적 동심 아이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가족관계는 아동 성장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 단계로 아동문학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이다. 그래서 자칫 익숙한 설정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가 눈길을 끈다. 다소 직설적인 제목이지만 모두가 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하는 개성이 보이는 듯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직장을 다니던 엄마가 명퇴하여 낮에도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집안일을 도맡아 해온 할머니의 역할로 부엌조차 차지하지 못하는 가벼운 존재인 엄마! 우울증이 온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는 매사에 모범적인 종현이의 아이다운 이해로 활기를 띈다.

 

할 일이 없으니 별 병이 걸리지.’(p.16.)

 

할머니의 혼잣말을 들은 종현이는 엄마의 우울증이 자신의 탓이라고 이해한다. 같은 반 말썽꾸러기 안하람 엄마는 안하람 때문에 학교에 오거나 불려오는 경우가 잦아 아플 시간 없이 바쁘다. 종현이는 자신도 안하람처럼 되기로 결심한다.

아동의 현실적 동심의 발현이다. 아이들이라고 지고지순한 원형적 동심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기쁨, 슬픔, 괴로움 등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지낸다.

종현이의 계획은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범적 생활이 몸에 배어서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안하람처럼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엄마가 학교에 불려오게 한다. 성공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종현이는 목표달성에 대한 흐뭇함으로 웃음을 참느라 힘들다. 그 뒤로 엄마는 문화센터 시창작반에 등록하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어른들이 조력자로 해결해가는 서사라면 새로울 것이 없을 텐데, 아이다운 눈높이로 할머니의 말을 이해하고, 아이답게 해결하려고 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런 말이 어딨어. ‘, 알겠습니다.’ 해야지.”

전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약속해 놓고 못 지키면 거짓말쟁이가 됩니다.”(p.24.)

 

선생님과 대화에서 볼 수 있는 안하람 캐릭터이다. 말썽쟁이지만 아이다운 면을 리얼하게 보여주어 친근하다. 이 작품은 적절한 유머코드를 넣어 읽는 재미를 주면서, 가슴 찡한 감동도 선사한다. 또 생동감 있는 현실적 동심 아이의 등장은 건강한 가족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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