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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필요 없어 ㅣ 솜사탕 문고
정혜원 지음, 정수 그림 / 머스트비 / 2019년 10월
평점 :
다문화사회에서 사유해야 할
『지름길은 필요 없어』
요즘 다문화가정의 생활을 보여주는 방송프로그램이 낯설지 않다. 다문화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살아가야 할 현실이지만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름길은 필요 없어』 는 우리가 사유할 소재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겪는 이야기로, 반 아이들과의 갈등도 있지만, 다문화가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아이를 심리적 대립인물로 등장시키고 있다.
저출산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이 늘어 간다. 그러나 학마을은 예외로 아기 울음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마을총각들이 국제결혼을 해서 낳은 아이들이다. 그럴 때마다 금줄을 쳐주는 노인정 할머니가 돌아서며 한숨을 짓는다.
“우리 마을에 저런 아이들이 늘어 가니 큰일이야.” (7쪽)
이 말은 언어문제, 인종문제, 마을 구성원으로서의 자질 문제 등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름길은 필요 없어』에 나오는 우주와 하늘이도 필리핀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둘은 아빠도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로,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렇지만 다문화가정의 아이로서 대처하는 방법은 다르다. 우주는 체육대회 선수로 뽑혀 아이들에게 주목을 받는 반면 하늘이는 소심한 성격 탓에 점점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진다. 별명도 우주는 날쌘 초코볼, 하늘이는 까만 땅콩이다.
하늘이는 마을 큰길로 다니지 못하고 누가 볼까 봐 홀로 지름길로 다닌다. 인기 좋은 우주와는 달리 편견이 따라다닌다. 얼굴이 까맣다고 놀림을 받고,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한다. 게다가 선생님의 편견에 반성문을 쓰게 된 하늘이는 무척 고통스럽다. 그 상황을 알게 된 하늘이 아빠는 불의를 참을 수 없어 학교에 찾아가 항의한다. 그제야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은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닫게 된다.
하늘이 아빠의 적극적인 항의로 인권이 회복되고, 하늘이 엄마는 방과후 영어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여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늘이 엄마가 방과후 영어교사가 된 것은 다른 다문화가정의 엄마들도 자신의 능력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지름길은 필요 없어.”
하늘이가 길 한 가운데 서서 크게 외친다. (85쪽)
편견에 시달린 하늘이의 외침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동화를 읽는 독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편견을 버리고 사회의 일원으로 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활용해서 우리 사회가 보다 폭넓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데 마음을 보탤 것이다. 비비디 바비디부(신데렐라), 하쿠나 마타타(라이언킹)의 주문처럼 ‘지름길은 필요 없어’가 함께 살아가야 할 다문화사회의 주문이 되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