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상상의힘 동시집 9
이화주 지음, 김용철 그림 / 상상의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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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에 와서 70년을 넘게 산 시인 할머니가 동시 세계로 초대한다. 기분 좋은 초대이다. 그간 이화주 동시인의 동시는 작은 생명에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이번 『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동시집도 작고 여린 생명에 따스한 눈길을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랑이고, 그 사랑의 증거는 눈물과 웃음이다.(시인의 말) 동시 속에 풍덩 빠져 음미하다보면 행복한 미소가 피어난다.

 

하얗게/ 눈 내린 창밖을 보며/아침을 먹는다.//“할머니가 어렸을 때 눈처럼 하얀 토끼를 키웠어./ 당근을 주면 /앞니로/ 이렇게 먹었단다./오도오독, 오독!”//“할머니/이렇게?/오독오독, 오독!/맛있다.”//하얗게 눈 내린 아침/토끼 두 마리/우리 집 식탁에서/아침을 먹는다.//(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전문)

 

동시집의 표제이기도 한 이 동시는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게 한다. 하얀 눈 세상이 펼쳐져 있는 아침은 고요하고 신비롭다. 가끔 꿩이 푸드덕 날아오르는 소리 외에는 소리가 몸을 낮추고 있는 순간이다. 식탁에는 할머니와 손주가 아침을 먹고 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이야기는 어느 결에 할머니와 손주가 두 마리 토끼로 변환하여 맛있게 당근을 먹고 있는 풍경으로 오버랩된다. 할머니의 어릴 적 추억이 언어의 마법이 되어 정겨운 아침 식탁 풍경을 선사한다. 신비한 착시현상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추억은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우리를 서로 이어준다. 긴긴밤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를 불러오고, 화롯불에 고구마를 묻어두었다가 호호 불며 먹던 추억도 소환한다.

 

울다가/생각났다// 눈물이/만약 파란 눈물이라면/노란 눈물이라면/분홍분홍 눈물이라면//생각하다/웃음이 났다.// 맑아서/몰래 울어도/들키지 않는 눈물//맑은 눈물이/좋았다.//(눈물이 맑아서 전문)

 

시인은 눈물 색깔조차 무심하지 않다. 파란, 노란, 분홍눈물... 시적화자는 눈물이 맑아서 좋다고 한다. 몰래 울어도 들키지 않기 때문이다. 눈물이 천연색을 띤다면 우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울까. 눈물받이부터 준비해야 하리라. 독자들의 생각을 환기시켜주는 시적 상상력이 흥미롭다.

 

동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 간 아이를 기다리며 화장실을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고양이 푸름이의 변을 듣게 된다. (“야옹, 내가 기다린 시간이 얼마나 긴지 알겠지?”)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도 눈사람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심심할 거라는 상상력 발동으로 함박눈은 직접 눈사람을 만든다.(함박눈이 깜짝 놀라서) 함박눈은 빈 상자를 깔고 앉아 있는 아저씨의 머리, 눈썹, 어깨에 내려앉는다. ‘뭐야, 정말 눈사람이 되신 거야?’ 함박눈은 깜짝 놀라서 내리는 걸 멈춘다. 함박눈이 만드는 눈사람은 온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빈 상자를 깔고 있는 아저씨 눈사람은 온기를 지닐 수 없다. 함박눈이 행동 수정을 위해 멈춰야 하는 까닭이다.

 

수연이는 성민이 창문 아래 몰래 눈사람을 만들고 사탕목걸이를 건다. 하지만 눈사람이 봄 시냇물로 흐르면서 수연이의 비밀도 퍼진다. 눈사람이 있던 자리는 사탕목걸이만 있다.(눈사람의 비밀 이야기) 수연이의 비밀이 능청스러우며 사랑스럽다.

할머니 시인이 초대한 동시 세계는 살아가는 어느 땐가 사랑을 잃어버리고 사막을 헤맬 때 작은 우물을 찾아 줄 동시(시인의 말)라는 걸 깨닫게 한다. 행복하다.

울다가/생각났다// 눈물이/만약 파란 눈물이라면/노란 눈물이라면/분홍분홍 눈물이라면//생각하다/웃음이 났다.// 맑아서/몰래 울어도/들키지 않는 눈물//맑은 눈물이/좋았다.//(눈물이 맑아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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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약속 - 오라니 장터 3.1만세운동
고현숙 지음, 장영철 그림 / 도담소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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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역 작가들의 지역 소재 스토리텔링이 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지역 서사들이 콘텐츠화 되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날의 약속도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갖고 스토리텔링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고현숙 작가는 강화에서 태어나 김포에 있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동화창작스토리텔링 과정을 수료하고, KB창작동화제, 아동문학사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동화를 쓰고 있다. 안전에 관한 그림책으로 슝슝이가 하는 말이 있다.

 

작가는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갖고 애국열사에 대해 조사하여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그날의 약속- 오라니 장터 3.1 만세운동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오라니 장터 3.1 만세운동은 박충서와 친지들, 정인섭과 뜻을 같이 하는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었다. 당시 박충서는 경성 제1고보 3학년 졸업반이었고, 정인섭은 대곶면 초원지리에서 독립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서당을 설립하여 후학을 길렀다. 그들이 중심이 된 만세운동은 김포지역 사람들의 독립 의지에 불을 지펴 횃불처럼 일어나게 했다.

 

만세운동에 앞장서려는 박충서는 종손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박충서는 마을 사람들이 농토를 빼앗겨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마을에서 살지 못하고 만주로 떠나는 실상을 애통해 하며 분연히 일어난다.

나무껍질과 풀뿌리를 먹으며 벌레처럼 죽지 못해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가는 백성들의 통곡소리 가 들리지 않으세요? 나라를 배앗은 일본 놈들과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들을 도저히 용사할 수 없어요.”

 

만세운동을 이끌던 충서는 잡혀가서 일본헌병들에게 무자비하게 고문을 당한다. 그래도 충서의 독립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네 놈들의 악행은 우리 대한의 만세소리와 함께 만 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이 도적놈들! 여기는 우리 땅, 우리가 주인이다. 네 나라로 돌아가지 못 하겠느냐. 네 나라로 돌아갈 때까지 만세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이 자주 독립을 위해 얼마나 피눈물 흘렸는지, 우리 마을, 우리 나라에서 우리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일제 강점기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날의 약속은 우리 후손들이 자유 주권국가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묵직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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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돼요? 햇살어린이 동시집 1
이주영 지음, 시은경 그림 / 현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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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돼요?제목을 보는 순간, 답을 해야 할 것 같아 긴장하게 한다. 이 동시집은 예쁜 그릇에 담아주려는 마음으로 달달하고 부드러운 요즘 동시에 반해 딱딱하고, 쓰고, 무거운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머리말)’ 라는 생각으로 출간되었다.

이주영 시인은 3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한국어린이글쓰기연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많은 현장에서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뜻을 펼치고 있다. 이 동시집은 그동안 어린이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써서 발표한 것들을 정리해서 엮었다.

 

2부에 중점적으로 다룬 정말, 이래도 돼요?는 어른들의 행동이나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를 살피고 따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따질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00시는/ 작년에/ 시민들 보기 좋으라고/ 400억 들여서/음악분수대를 만들었대요./그리고/ 돈이 부족하다고/도서관 사서 선생님은/ 줄였대요.// 이래도 돼요? 하나일부

 

도서관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던 사서 선생님을 만날 수 없다. 일자리를 잃어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행정을 펼치느라, 사서를 줄이는 시담당자의 행태에 어린이 화자가 한탄하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다.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빽빽한데/ 그 앞 바닷물에서/해녀들이 물질합니다//

해녀 한 명이 /낚시에 걸렸다고/낚시꾼이 / 저리 가라 소리칩니다//

아니지요/ 그건 아니지요/ 해녀들이/ 물질하는 때만이라도/ 낚시를 하지 말아야지요// 네가 가 야지전문

 

물질하는 해녀들을 저리가라고 하는 낚시꾼들의 소리에 자괴감이 든다.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하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생명의 현장이다. 해녀가 낚시에 걸렸다고 저리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에서 억울한 일을 겪는 힘없는 사람들과 겹쳐 현실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네가 가야지, 누구더러 저리 가라고 하냐? 안타깝다.

 

그 외에도 시적화자는 판문점에서 왼쪽 끝은 김정은 아저씨가 오른쪽 끝은 문재인 할아버지가 잡고 고무줄놀이를 하고, 남북 어린이들이 모여서 휴전선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고무줄놀이) 또 공부만 좋아하는 엄마는 왜 나한테만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쉽고 좋으면 엄마도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고(궁금해, ) 항변하기도 한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 마음과 생각이 단단하게 자랄 것이다. 겨레의 아동이 정의를 지키며 불의에 저항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래도 돼요? 질문이 주는 강렬한 힘을 동시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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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뀌는 로션
김정련 지음, 김민경 그림 / 한그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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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귀 뀌는 로션 54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시인의 유쾌하고 섬세한 시심이 느껴져서 읽는 재미가 크다.

동시인은 조카와 며칠 지내면서 이 동시의 소재를 얻었다고 작가의 말에 밝히고 있다. 거의 다 쓴 선크림이 피쉭하며 손등으로 나오는 걸 본 조카가 방귀 뀌었어라고 했단다. 늘 소재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동시인이 그걸 놓칠 리 없다. 귀가 번쩍 뜨였을 것이다. 조카의 그 한 마디가 동시인의 창작 뉴런이 자극되어 재미있는 동시가 탄생된 것이다.

 

화장대에

거꾸로 놓인 로션

 

팽팽하던 몸 사라지고

훌쭉해진 로션

 

손바닥에

톡톡 두드리자

 

푸쉭

방귀 뀌는 로션

 

부끄러운지

쫄끔 쫄끔 응가해요.

- 방귀 뀌는 로션전문

 

탱탱하게 채워져 세상에 나온 선크림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피부에 자외선을 막아주는 소명이 있다. 자신의 자양분을 내줄수록 몸통은 점점 훌쭉해진다. 마지막까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선크림, 그 모습을 방귀 뀐다고 하며, 부끄러운지 쫄끔쫄끔 응가를 한다는 표현에서 빙긋 미소 짓게 한다. 탱탱한 몸통이 쭈글쭈글해진들 어쩌겠는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 자만의 여유! 그러므로 로션의 방귀는 고귀하다. 동시인의 시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아이들을 만나고, 사물을 만나게 된다. 동심이 천심임을 보여주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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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은 여름이야 창비아동문고 320
변선아 지음, 근하 그림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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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은 여름이야는 사춘기 소녀들의 심리를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는 성장동화이다. 여름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이 있으면 폭풍이 몰아치고 소나기가 퍼붓는 날도 있다. 자전거 사고로 아빠를 잃은 슬픔을 견디는 박정음, 정음은 겉으로는 엄마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만나보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 내가 하는 순종적 반항은 엄마 말을 잘 듣는 척하면서 반항하는 거다. 겉으로는 엄마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마음속에서는 엄마를 밀어내는 것, 그게 나만의 순종적 반항이다. (p.32)

 

이처럼 정음은 순종적 반항을 하고 있다. 정음과 어울리는 오슬아는 과할 정도로 씩씩하게 행동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고 있다. 강휘는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대한 아쉬움과 중학생이 되는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지니고 있다. 세 사람은 저마다 여름을 품고 있다.

 

강휘는 여름방학 동안 라이딩할 사람들을 모집한다. 자전거 타기는 정음과 정음 엄마에게는 금기시하는 일이다. 하지만 슬아가 휘와 친해지고자 라이딩을 신청하면서 정음은 슬아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음은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게 된다. 금기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다. 가면 뒤에 숨겨놓았던 그리움을 드러내는 때이다.

 

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니까 아빠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아빠와 함께 있다는 생각이 자전가만 보면 움츠러들던 마음을 없애 준 것 같았다.(p.97)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세 명의 활약을 통해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고 내 기분은 여름이야는 말하고 있다.

 

나는 여름 안으로 힘껏 달려갔다.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해마다 여름을 달릴 것이다.(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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