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래도 돼요? ㅣ 햇살어린이 동시집 1
이주영 지음, 시은경 그림 / 현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이래도 돼요?』 제목을 보는 순간, 답을 해야 할 것 같아 긴장하게 한다. 이 동시집은 예쁜 그릇에 담아주려는 마음으로 ‘달달하고 부드러운 요즘 동시에 반해 딱딱하고, 쓰고, 무거운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머리말)’ 라는 생각으로 출간되었다.
이주영 시인은 3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사장, 한국어린이글쓰기연구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많은 현장에서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뜻을 펼치고 있다. 이 동시집은 그동안 어린이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써서 발표한 것들을 정리해서 엮었다.
2부에 중점적으로 다룬 정말, 이래도 돼요?는 어른들의 행동이나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를 살피고 따지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따질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00시는/ 작년에/ 시민들 보기 좋으라고/ 400억 들여서/음악분수대를 만들었대요./그리고/ 돈이 부족하다고/도서관 사서 선생님은/ 줄였대요.// 「이래도 돼요? 하나」일부
도서관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던 사서 선생님을 만날 수 없다. 일자리를 잃어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행정을 펼치느라, 사서를 줄이는 시담당자의 행태에 어린이 화자가 한탄하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묻고 싶다.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빽빽한데/ 그 앞 바닷물에서/해녀들이 물질합니다//
해녀 한 명이 /낚시에 걸렸다고/낚시꾼이 / 저리 가라 소리칩니다//
아니지요/ 그건 아니지요/ 해녀들이/ 물질하는 때만이라도/ 낚시를 하지 말아야지요// 「네가 가 야지」 전문
물질하는 해녀들을 저리가라고 하는 낚시꾼들의 소리에 자괴감이 든다. 숨비소리를 내며 물질하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생명의 현장이다. 해녀가 낚시에 걸렸다고 저리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에서 억울한 일을 겪는 힘없는 사람들과 겹쳐 현실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네가 가야지, 누구더러 저리 가라고 하냐? 안타깝다.
그 외에도 시적화자는 판문점에서 왼쪽 끝은 김정은 아저씨가 오른쪽 끝은 문재인 할아버지가 잡고 고무줄놀이를 하고, 남북 어린이들이 모여서 휴전선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고무줄놀이) 또 공부만 좋아하는 엄마는 왜 나한테만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쉽고 좋으면 엄마도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고(궁금해, 둘) 항변하기도 한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 마음과 생각이 단단하게 자랄 것이다. 겨레의 아동이 정의를 지키며 불의에 저항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래도 돼요? 질문이 주는 강렬한 힘을 동시에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