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뀌는 로션
김정련 지음, 김민경 그림 / 한그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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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귀 뀌는 로션 54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시인의 유쾌하고 섬세한 시심이 느껴져서 읽는 재미가 크다.

동시인은 조카와 며칠 지내면서 이 동시의 소재를 얻었다고 작가의 말에 밝히고 있다. 거의 다 쓴 선크림이 피쉭하며 손등으로 나오는 걸 본 조카가 방귀 뀌었어라고 했단다. 늘 소재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동시인이 그걸 놓칠 리 없다. 귀가 번쩍 뜨였을 것이다. 조카의 그 한 마디가 동시인의 창작 뉴런이 자극되어 재미있는 동시가 탄생된 것이다.

 

화장대에

거꾸로 놓인 로션

 

팽팽하던 몸 사라지고

훌쭉해진 로션

 

손바닥에

톡톡 두드리자

 

푸쉭

방귀 뀌는 로션

 

부끄러운지

쫄끔 쫄끔 응가해요.

- 방귀 뀌는 로션전문

 

탱탱하게 채워져 세상에 나온 선크림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피부에 자외선을 막아주는 소명이 있다. 자신의 자양분을 내줄수록 몸통은 점점 훌쭉해진다. 마지막까지 맡은 일을 충실히 하는 선크림, 그 모습을 방귀 뀐다고 하며, 부끄러운지 쫄끔쫄끔 응가를 한다는 표현에서 빙긋 미소 짓게 한다. 탱탱한 몸통이 쭈글쭈글해진들 어쩌겠는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 자만의 여유! 그러므로 로션의 방귀는 고귀하다. 동시인의 시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아이들을 만나고, 사물을 만나게 된다. 동심이 천심임을 보여주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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