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대통령 최순실과 공모”하여 국정농단을 일삼은 그 죄로 인하여 연이은 거대한 시민 촛불항쟁에 맞닥뜨린 지난 12월9일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표로(234/300)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름 석 자도 듣기 싫고 대통령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건 더욱 아깝다“는 게 지금 세상 민심이다. 시간이 갈 수록 깊은 흉터로 남을 일이지 잊힐 일 아닌데 상황반전을 꾀하니 딱하다.

 

  그런 그녀가 엊그제 헌법재판소에 13개 탄핵사유에 일일이 대응하는 장문의 ‘답변서’를 냈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읽어보니 궤변에 가득찬 억지와 요설饒舌(‘제 입속 말이라고 혓바닥을 함부로 놀림’) 일색이다. 지식엘리트의 상징인 변호사들이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기 어려운 조잡하고 사실관계 앞뒤가 맞지 않는 저급한 문체로 일관돼 있어 그 몰상식과 동떨어진 반이성적 지적 인식수준이 또 공분을 일으키며 허탈함을 안긴다. 모르긴 몰라도 "5%.. 100만 촛불로 탄핵 불가" "세월호에 난 직접 책임없어 부당.." "최순실 개입 1%도 안돼.." "국회탄핵이 되려 위헌.." 등 무모하고 질낮은 표현 등이 그녀의 완고한 요구로 삽입된 것 같기도 하다. 맞을 것이다.  막무가내 우기며 시키는 그녀나 받아 적는 변호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다.  논리로나 법률로나 문장력으로나 누더기 종잇짝이다. 세 차례 담화문도 스스로 모두 맘에 없는 거짓이었다는 자기 고백서다. 그녀는 한 입으로 세 말 했다.  이쯤 되면 헌법재판소와 재판관들에게는 일종의 모욕이다. 온 세계에 5천만 국민이 웃음거리 된 셈이기도 하다. 이제 지구상에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하다면 과장일까? 그녀의 지지자들이 “이러려고 선거일 날 생업 제껴두고..아픈 몸 일으켜 꽃단장 의관정제하고 투표장에 나갔나...“ 감춘 울분을 토로한다. 허상에 속고 짝사랑에 속고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다.  山人이 보기에 그 답변서라는 게 아무리 높게 쳐줘도 고졸 수준쯤이다.  

  그녀는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과 검찰의 대면조사를 부정하고 공소장 일체를 부정하고 국회 탄핵소추장도 부정하고 한술 더 떠 탄핵의결도 ‘위헌’이라고 부정했다. 국헌을 부정하고 헌법을 유린한 것 넘어서서 논리적으로는 자기 자신마저 부정한 것이다. 답변서 내용만 궤변이 아니라 이런 막장 무대뽀 행태 자체가 궤변이다. 이런 걸 헌법상 최고재판소인 헌재에 내민 대통령의 답변서라고 그래도 재독..삼독..심각하게 절차를 엄중히 따져가며 변론심의를 해야 하는 헌재 재판관들이 딱하게 됐다. 그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우롱하는 모양새다.
  입만 떼면 ‘국기문란’ 남발하며 거짓을 거짓말로 수하에게 덮어씌우는 그녀의 궤변적 공포통치 행태는 제 아비의 유신철권통치를 빼다 박았다. 보고 배운게 그거다. 70년 친일분단기득권으로 지칭되는 정·관·군·경·언 지배커넥션이 옹위하는 위장된 민주주의 권력 종착지가 결국은 그녀였던 것이다. 밝혀지고 있는 그녀의 실상은 알다시피 까도까도 끝없는 양파껍데기다. '종편'조차 그녀 한 사람만 종일 파고 또 파도 시간이 모자란다. 특종이 넘쳐나서 이젠 면역이 된 듯 하다.

  거짓말이 내면화 된 파탄 난 인격체, 파편화되고 해체되다시피 지리멸렬한 피드백 불능의 한 인간에게 지도자의 심성과 덕德을 기대한 어리석음을 후회해도 물은 엎질러졌다. 누가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냈을까? 새누리인가 언론 검찰인가, 비겁한 지식인들인가 우매한 유권자들인가? 아니면 제왕적 대통령제 탓인가!  한국 민주주의의 적나라한 현 주소다. 

 

  탄핵의 사법적 근거는 ‘공소장’이다. 대통령에게 ‘충성서약서’를 쓴 총장이 지휘하는 정치검찰의 오명이야 갈 데까지 가버린 현실이기는 해도,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검찰이 그나마 최소한의 때늦은 양심으로 수사하여 작성해 낸 공소 솟장은 법적 사실관계의 다툼에 있어 가장 중요한 原典이다. 그나마 뇌물죄니.. 3자 뇌물 강요·강탈, 횡령 등 죄질이 가장 나쁜 항목은 대통령, 재벌이라고 봐준 건지는 몰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빼고 특검에 떠넘겼다.

  이를테면 뼈 빼고 따귀 빼고 봐 준 물렁한 아구탕이다. 그래도 그 솟장안에는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여러 가지 사실과 그 인과관계가 일정부분 분명하게 담겨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조작간첩 사건 등 공안 사건들의 경우에는, 없는 사실.. 없는 죄까지 뒤집어 씌워 정치적 목적달성을 구하는 소위 사법공학적 악폐가 적잖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탄핵 사태의 경우, 명령 상·하복 관계에 있는 정부조직법상의 체계와 정치적 주·종관계라는 현실적인 권력적 위계 상황에서 자신의 최고 상관이자 국가 최고지도자를 수사 처벌해야 하는 검찰의 공소는 따라서 사실관계의 획정과 적용 기소법규(죄목 구성)가 ‘최소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연방검찰이나 일본의 중앙검찰소 동경경시청도 아닌 터에, 권력의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한 끝마디 놓칠 새라 수첩에 받아 적기 바쁘고 자동녹음까지 마다않고 主君 떠받들기 문화가 일상화 된 공직풍토는 당사자들과 그 일원은 부정할지 모르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임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할 것이다. 그래서 법과 공적 시스템이 한순간에 흔들리고 무너져내리는 한국적 현실에서 검찰이 살아있는 최고권력자를 향해 있는 죄, 없는 죄 탈탈 털어서 공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만고의 하극상쯤으로 되몰리기 십상이다. 검찰의 공소장이 “움직일 수 없는 최소한의 범죄 사실관계”임을 거증擧證하는 상식적인 연유다. 그들이 집권여당 국정원 청와대민정수석실 감사원.. 하다못해 ‘박사모’ 등 시퍼런 눈 깔아대는 ‘힘’들을 도외시 함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山人이 옛 책들을 뒤적이다 보니 요즘의 우리 사회와 정치권 행태에 딱 들어맞는 촌철살인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그 중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수석침류摗石枕流’말이 먼저 생각난다. 지나의 사서史書 <진서晉書> ‘손초전孫楚傳’에 나오는 말이다. 풀어 얘기하면,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는 사람이나 집단의 행동을 일컫는 뜻이다.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억지를 쓰거나.. 억지를 발라 맞춰 이리저리 발뺌을 하는 것.. 또는 남에게 지기 싫어서 여간해선 체념을 안하고 억지 고집을 끝까지 세우는 걸 이르는 고사성어다. 이와 비슷한 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 아전인수我田引水 추주어륙推舟於陸이 있다. 통칭 ‘궤변詭辯’이다.
  (AD265~317)나라 초기, 풍익 태수를 지낸 손초가 벼슬길에 나가기 전, 젊었을 적 일이다. 당시 사대부 사이에는 속세의 도덕 명문名聞을 경시하고 노장老莊의 철리哲理를 중히 여겨 담론하는 청담淸談이 유행했다. 손초도 ‘죽림칠현’처럼 속세를 떠나 산림에 은거하기로 작정하고 어느 날, 친구인 왕제에게 가슴속을 털어놨다. 이 때 ‘돌을 베개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하고 싶다(침류수석枕流摗石)’고 해야 할 것을 반대로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수석침류摗石枕流)’고 잘못 말했다. 왕제가 웃으며 실언임을 지적하자 자존심이 강한데다 문제文才까지 뛰어난 손초는 서슴없이 이렇게 강변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겠다는 것은 옛날 은사隱士 ‘허유’와 같이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해서이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닦기 위해서라네.”
  누구를 두고 말하는 건지..어느 집단들인지 요즘 딱 들어맞는 뭔가가 어렵잖이 떠오를 것이다. 2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예서 벗어나기 어려운 삶의 양태다.   

농단壟斷 : 이익이나 권리를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함..모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언덕 농壟 나눌 단斷이다. 이 말은 ‘용단龍斷’이란 말을 비하하거나 요즘 말로 패러디 한 말이다. <용단龍斷> -임금 龍 나눌 斷, 즉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 임금이 구분해 놓은 중요한 벼슬자리다. 이 말뜻이 저잣거리에 흘러나와서는 ‘농단’으로 바뀌었다. “약싹빠른 장사치가 시장에서 제일 높은(좋은) 곳에 올라가 시장 상황을 한 눈에 바라보고 제 맘대로 골라서 시장의 이익을 독차지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임금 용龍 字 밑에 시장을 뜻하는 土를 붙였다. -맹자 공손치하 10장.    

-그녀와, 난데없는 私人 순실이 일당이 오랜기간 국가 공조직과 그 구성원들을 사적으로 머슴 부리듯 장막 뒤에서 나랏일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거저거 마구 손대고, 재벌들과 이권 흥정 벌이고 마치 제 쌈짓돈 쓰듯 세금 맘대로 꺼내쓰며 주물러 댄 행위를 언론에서는 ‘국정농단’이라 이름 붙였다. 제목은 바로 붙인 것 같다. 문장 한 구절.. 글자 하나가 모든 걸 단번에 설명해 준다. 그녀의 남은 미련 한 켠에선 ‘새옹지마’를 씹고 또 씹을지 모른다. 그게 “피눈물의 의미를 이젠 안다”는 것 보다 백번 낫다.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곧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書畵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당唐의 4 大家 중 구양순과 저수량에 대한 일화다. 우세남이 구양순을 두고 이렇게 칭송한 말인데, 당대의 쌍벽 저수량도 이 말에 두 손 들었다. 이와 비슷한 우리 속담에, “못난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 그 말이다. 

- ‘개헌론’ 정치권 일부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언필칭 <6월 항쟁>의 산물인 ‘87년 체제’의 효용 소멸론을 내세우면서 이원집정부를 떠든다. 합종연횡이 여기저기 흘러나온다. 시대에 따라 필요하면 변화가 있어야 하고 그 전제는 주권자의 뜻을 먼저 살피는 일이다. 또한 정치인들의 숨은 속내도 읽어봐야 하고 변화 선택의 선후도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산인 보기에는, 현 집권세력..넓게는 기득권 세력이 어떡하든 권력을 유지해보려는 속임수 술책이다.  이들이 연장 탓, 지필 묵 탓을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그게 선후의 답 아닌 것 같다. 국민 대다수(여론조사 71%)도 그렇게 본다. 주권자의 눈이 가장 정확하다(6~80대 대다수 노인층 빼고). 해방 후 70년 쌓여 온 적폐·불의에 대한 대청소와 이를 통한 국가 대개조의 밑돌을 놓는 과업이 다음 정권에 부여돼 있다. 주권자 국민의 명령이다. 그 엄중한 역사적인 임무를 국민(민)들과 긴밀히 소통 수용하면서 과감히 수행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인물을 국민들은 선택할 것이다. 그 연후에 주권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하면 된다. 국민의 뜻만 따르면 될 일이다!  민주주의 요체는 '견제와 균형'이다. 이건 제도 보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권력구조가 어떠하든 제도나 법규는 
 대동소이다. 대통령제든 이원집정 ..내각제든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을 잘 가려 뽑고 감시감독을 잘 하면서 주인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수준이고 국격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 : 대의를 위해서는 친족도 멸한다는 뜻이다. 국가나 사회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돌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녜‘는 제 에비 대통령 시절 재벌들 돈 뜯어내 제 어미 명의로 만들어 준 ’육영재단‘과 수조 원에 이른다는 그 재산 다툼으로 백주대낮 조폭깡패 동원하고 수하 정치인들 끌어들이고 골육상쟁 벌이면서 이후 가까운 방계혈족 조카의 연이은 의문의 죽음이 벌어졌다. 말하자면 대제멸친(大財滅親)을 벌인 형국이다. 대신 그 자리에 최태민-순실이를 들였다.

불수진(拂鬚塵) :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준다는 뜻. 곧 윗사람이나 권력자에게 아부 아첨을 하고  상사에 대한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북송北宋 4대 왕 인종 때, 강직하기로 유명한 ‘구준‘이라는 정의로운 재상이 있었다. 그는 유능한 인재를 발탁 천거했는데 ’참정(종2품) 정위丁謂‘라는 사람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구준이 중신들과 회식을 하는데 음식찌꺼기가 수염에 붙었다. 이것을 본 정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소맷자락으로 공손히 그걸 털어내다. 그러자 구준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허허, 참... 참정이라면 나라의 중신인데, 어찌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주는(拂鬚塵)’ 그런 하찮은 일을 하시오?” 정위는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물러갔다. '구준'같은 이들이 없는 청와대와 새누리에 간신이 들끓는 연유다. 반면교사요 타산지석이다.
-얼마 전, 새누리 비박들이 친박 지도부 8인을 찝어서 ‘최순실 부역 8인방’이라며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책임을 지는 자세’다. 국민에게 지는 것이면서 자신의 양심과 정치행로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 보이는 것이다. 山人 보기에는 립서비스일 뿐, 책임의식 자체가 없어 보이는 그들 8인이나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자들의 그에 못지않던 그간 행적들이나 시류 변화에 대응하는 전술만 다를 뿐 그게 그거다. 그들 모두 '보수?' 당연히 아니다. 이득계산에 밝은 맹목적 권력지향의 수구 기회주의자들이다.  차라리 정위丁謂‘가 백번 낫다. 그는 부끄러운 줄 알고 도망치기라도 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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