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야사나 목민신서 매천야록 등에 나오는 공통된 말이 있다. "미꾸라지는 개울을 어지럽히고.. 간신은 사직을 어지럽힌다"는 말이다. 조정에 들끓는 간신의 폐해를 탄한다. 이와 비슷한 법언(法諺)도 있다. "미꾸라지는 강물을 흐리고 악법은 세상을 흐린다". 후자의 두 말을 합성하면 '법꾸라지'다.   

  요즘 '법꾸라지'가 유행어 중 하나다. 김기춘에 대해 박지원이 처음 비꼬아 붙인 말인데 바로 귀에 꽂혔다. 참 잘도 붙인 별명이라 탄복했다. 山人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누리꾼들 반응은 삽시간에 실시간검색어(실검) 1위로 뜨고 이를 받은 언론들에 의해 '국민 별명'이 됐다.  이런 것도 능력이다. 말하자면 그는 '언어적 함의 정치'의 고단수다.
  군인은 총으로 싸우지만, 정치는 말로 싸운다. 대중 정치인이 갖춰야 할 제1의적인 자질이고 자산이다.  돈도 명분도 정치생물을 움직이는 중요 요소이긴 하나, 사회적 이목과 이슈를 이같은 짧은 한 마디에 담아 정치의제화 시키고 시대적 담론으로 집약시키는 탁월한 언어 선택과 구사 능력이 거저 생겨나는 건 아니다. KTX급 두뇌 회전과 순발력 있는 정치감각도 있어야겠으나, 무엇보다 개인적 삶의 곡절에서 뽑아낸 사회관통력을 효모 삼아 세상살이에 대한 성찰적 발효가 익어갈 즈음에 나올 수 있는 촌철멘트다. 바지런함의 대명사 박지원의 흔치 않는 사업적 이념적 정치적 편력의 다양함과 양극을 오르내린 부침이 긍정적으로 응결되어 빚어낸 결과물로 보인다. 물론 같거나 그보다 더한 경험을 가진 동시대인이라고 다같을 수도 없긴 하다. 역량..관심..분야의 차이점이 섞여있으니 스스로 자괴할 일도 비교삼을 일도 아님을 토(吐) 단다. 경제학적인 용어이긴 하지만..누구나 '(자신만의) 비교우위'가 있으니까.
  특정 정치인을 칭찬하는 것 아니다. 대중을 움직이는 사람이나 그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 또는 직업인들의 언사와 행적이 끼치는 대사회.시민적 영향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자칭 타칭 소위 사회지도층..정치지도자라는 이들의 이상스런 언행으로 만백성 민중의 정신과 판단력을 갉아먹는 너구리 꽁쥐같은 부류들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많고 그 설쳐대는 해악이 막심하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5공 청문회나 최순실 청문회나 30년 시차를 두고 개체만 다를 뿐, 등장 인물들의 한결같은 뻔뻔 오만함 앞에 주권자는커녕 봉건 영주들 발밑에 켜켜이 때절은 거지발싸개만도 못한 이 땅의 정치적 노예의 자화상을 들여다 보게 된다. 더러는 상대적으로 유복한 경제적 여유에 기대어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외면하려는 '중산층'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이른바 제 3지대로 지칭되는 중도 중간층 또는 회색지대의 구성 토양은 아닌지 모르겠다.  '제한적 민주주의' 최소한의 다양성으로 山人 또한 애써 이해한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모럴 헤저드'가 더욱 악화되고 질적으로 심화되었다는 점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유라를 놓고 벌인 어떤 대학교의 몰지성 반사회적 규칙붕괴의 작란(作亂)과 권력-관료-비선빽들이 벌인 막장 흥정극을 보노라면, 우리사회의 작동원리가 도의규범에 기반한 자정과 균형적 시스템 아닌, 여전히 소수의 人治 통제로 굴러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말이다. 돈으로 들고나는 대학의 부정입학과 학사비리가 그다지 비밀일 것도 없는..오래된 관행이지만 예산과 권력까지 끼어들어 벌어지는 놀음판에 '공정함'의 한가닥 짝사랑은 비애를 넘어 분노의 광장으로 어린 학생들을 끌어낸다. 시국선언 교수들도, 교육보국 내세운 재단이사장들도, 그 흔해빠진 대학 어느 하나도 그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못한 불편함 탓인지 고요~하다. 어디 가서 "내가 교수다".. "선생노릇 몇십년 했다" 내보이지 말 일이다. 허깨비 꼭두짓으로 밥빌어먹은 '교육식충이' 자복이다.  너나없이 사회의 질적 타락 지표다.
  변변한 지적 이데올로기나 건학이념조차 없이 부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정상모리배 족벌경영의 가짜 상아탑, 학문으로 포장된 위장지식인들이 누린 지위는 천민자본주의 앞에 무릎꿇은 '지성의 몰락'... 그 처참한 몰골로 산방 대문앞에 지금 비틀거리며 서 있다. 거울에 비친 바로 내 몰골이다.  이런 씨앗 종자는 이미 1890년대에 뿌려져 1910년 싹이 터 종기 자라듯 온강토 만민중 뇌리에 번져나기 시작했다. 그게 1945년 분단 재점령으로 개화되어 근혜통치로 열매 맺은 것이다. 문맹 없는 이 땅에 이거 모르는 등신 없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왔을까? 그랬다. '기득권'이다. 독립군과 일군 조선인부대 간도특설대가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그게 지금도...다! 인간의 보편적 심리이거나 생래적 본능성일 수 있다. 여하튼 고전적 명제다.
  그렇지만 그게 다 아니다. 세상에 나서기를 꿈꾸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우리 사회..우리가 만들어 낸 리더쉽의 비극 앞에 가지는 회한이다. 그나마 정상의 사고와 상식의 판단력을 지닌 대다수 대한민국 민초시민들의 흔들리지 않는 정의로움이 살아있어 그래도 예까지 왔다. 개인, 가족의 안위에 머물지 않고 영혼과 일신을 던져 나라의 독립과 통일.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의 공동선에 헌신한 위인들이 있어 그래도 예까지 왔다. 희망을 품는 까닭이다. 질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서 남 앞에 서는 사람..그것도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사람, 그런 무대에 올라 떠들고 재주부려 밥술 얻어먹고.. 돈과 명예를 구하고.. 유명해지고싶어 하는 이들은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결심을 해야 한다. 빈곤한 역사의식이나 주견이랄 것도 없이 이리저리 떠다니는 겉저리 생각을 소신삼아 정견 포효하듯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처지나 분수를 생각하고 욕심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쉬운 일 아니다. 그러니 생게망게 어중떠중 이합집산 철새텃새 잔머리또방 이득밝이대방들이 동남서북 성동격서 경박단소로 놀래고 어르달래며 정치 비즈니스를 편다. 박지원이 그래서 불안위태하다. 반기문만 "반반" 아니다. 한민당~자유당~공화당~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새누리.. 어지럽다. 이번엔 무슨 이름으로 바꿔 달까? 사회과학에서 흔히 드는 '현상과 본질'에 딱 들어맞는 최적의 단어다. '바른 정당'?은 무엇이 같고 다를까?  "그것이 알고싶다". 
  그 오욕의 역사만큼이나 이름조차 역겹다. 그런데 태극기 흔드는 맞불 박사모는 친목으로 정치하고 촛불을 징치하는 담대함이 참 대단하다.  이 뿌리는 보기보다 아주 깊다. 칡뿌리 마냥 길고 질기다. 이들은 얼굴 없는 그 검은 장막의 그림자다. 민중 머릿속에 잠재하여 두려워 하는 심연이다. 그 이상한 공포심이 통치의 동력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은 그 1년 후 전향해서 총독부 전속강사로 초빙돼 8도를 돌며 황국신민 충복을 자처했다. 작위까지 하사받은 그는 만년에 고향 마산에서 밤낮 없는 술타령으로 천수를 누렸다. '시일야..'는 조선민중에게 흉기였다. 당대의 개화지식인 육당 최남선은 2.8 동경유학생 선언문 베낀 3.1 독립선언문을 이완용 술집 태화관에 모인 허깨비 밥자리모임에 내던지고 슬그머니 빠지더니, 그 몇 년도 채 안돼 장지연의 뒤를 충실히 따라갔다. 친일집단으로 변신한 '신간회'.. '교육계몽, 자치론' 주장으로 독립투쟁의 불꽃을 흩흐러트린 안도산은 식민백성들을 혼란으로 몰고갔다. 육당 숭모자 춘원도..그 제자 모윤숙이나 김동인 김광섭 서정주 조연현 백철 등 문인그룹.. 김성수 방응모 등 매국언론.. 화신 박흥식 등 기업인들..총독부 고등계 90%를 점하고  잔인초극의 동족 고문살인에 앞장 선 조선인 매국경부들..독립군과 간도조선촌 초토화로 승승장구한 백선엽만주토벌대와 신경군관-제국육사 출신 다까끼 만주군맥의 반역 '조센 일군'들... 이들이 제헌의회 다수가 되고  정부수립의 현실적 뿌리가 되었다. 그걸 60대 중반의 산인도 어릴적부터 교과서로..선생님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웠다. 그랬다. 역사도 국어 속 문학도 그런 사람들과 그런 글을 독립운동가..최초 신소설..최초 신식시..최초 어쩌구저쩌구로 외우고 시험쳤다. 그걸로 "공부 잘한다" 했다. 그게 지금도..다.

  인명진이 누군가? 70년대 그 엄혹한 박정희유신에 맞서 '도시산업선교회'를 이끌고 노동운동 벌이며 남산 중정에서 무지막지 매맞고 교도소 수도 없이 드나든 사람이다. 새누리당 살려내겠다고 나선 지금 그 사람이다.
  김동길은 작년 10월 박근혜 1차 담화문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에 다시 광명이 찾아왔다.."고 망발을 늘어놨다. 오래 전에 죽은 줄 알았다. 70년대 3.1명동선언 때 잡혀가 죽었으면 이름값이라도 건졌을텐데...! 김무성이야 졸개 때니 그렇다 쳐도, 근혜를 주군 삼은 서청원이 "칠푼이"로 취급했던 자신의 절대 보스 김영삼의 박정희 유신정권 타도 민주화투쟁의 행동대원이었다는 게 상상되겠는가?
  김문수 이재오도 대단한 표상이다.  자신의 이념을 따르던 동지들에 대한 '사상 테러'는 좌.우를 떠나서 세상을 혼돈시킨 또 다른 변절의 전형이었다.  UN사무총장 10년 채 끝나기도 전에 고국의 대통령후보로 나가겠다고 해서 UN을 나자빠지게 한  반기문의 세계적인 몰상식도 우리 안에서 배태한 찌꺼기 잔재다. "매 앞에선 장사 없다"는데, 자신과 一家의 기득권 앞에서는 나라도 민족도 친구도 적도 없는 듯하다. 거기에 일말의 양심이라도 기대하며 '청문회'를 놓질 못한 민초의 쓰라린 가슴속을 어찌 저들이 알겠는가? 살벌한 정글 속 미로를 더듬는다. 이 나라가 어찌 한 뼘 의리마저 말라빠진 하이에나 조폭집단처럼 굴러가는 투전판같이 돼서야 쓰겠는가?

  '인성의 기본'이 결여된 욕망의 맹동이 끝간데 없는 오지랖으로 세상을 어지럽힌다. 뭔가 해보겠다는 걸 탓하거나 말릴 재간도 없다.  '공무담임권'이라는 게 있으니... 그런  인물들이 수도 없이 "차고 넘쳐 나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지경이라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  治國 平天下 멸사봉공 아니래도 일을 저지르지나 않았으면 더 바랄나위 없다.  허장성세 겉만 보고 대리만족 구하기 보다 이웃의 보통 평상인들을 가려 뽑는 평범한 선구안을 가진 주권 시민들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이것도 "오지랖"인가? 갑자기 뒷머리가 당기고 귀가 근지러워진다.
"넌 그 나이 먹도록 뭘 했나?"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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