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매우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소스라치게 구체적인 감정이 아닐까요.
함께 올랐던 언덕,
그때 볼을 스치던 상쾌한 바람,
멀리서 실려오던 꽃 내음,
그리고 후드득 톡 비가 내리고 나서
촉촉하고 시원해질 때마다
엄마가 해 주시던 말씀까지.
언덕에 오를 때마다
그때 그 감정이 고스란히 가슴속을 파고들어
엄마가 떠난 지금은
차마 그곳에 다시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함께 보낸 시간 속
보고, 듣고, 냄새맡고, 느꼈던
그 모든 감각 속으로 다시금 빠져들어
비슷한 어떤 것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 속에서 마침내
내가 간절히 보고 싶었던 그 존재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늘 위에 두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고
엄마를 떠올린 꼬마 개구리처럼요.
어쩌면 우리에게 감각이 계속되는 한
그리움도 끝이 나지 않겠지만,
비를 보며 떠오르는 엄마가
마치 구름처럼 느껴졌던 것처럼
더 이상 내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누군가도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내 옆에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그리움을 딛고
그것과 함께 다시 살아나가야 하겠지요.
이 세상에 그리움 한 조각 품지 않은 존재가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더라도
함께 바라 본 풍경 속 나누었던 시간은
구름에서 비가 되듯
모습이 바뀔 뿐
결코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