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 동시야 놀자 16
박성우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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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속에서 아주 자주
주변 사물이나 식물, 동물의 입장에서
'지금 이 아이는 어떨까?' 라고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기를 좋아한다.
가끔씩은 그 때문에 나잇값을 못한다거나
이해가 안 되고 황당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학교에서 복사를 하다가 복사기가 말을 안 듣길래
"오늘 일이 많아서 열받았구나,, 에구,,
그래도 지금 좀 바쁘니까 조금만 힘내볼까?"
라고 복사기에게 말을 걸었었는데
옆에 계시던 동료 선생님의 뜨악한 표정을 보고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적이 있었다.

방학 전 수업중에 창밖으로 천둥 번개가 요란하던 날,
번쩍 하는 번개와 우르르쾅쾅 천둥 소리에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조금은 무서워 하는 아이들도 보이길래,
"하늘도 배고프다고 엄청 꼬르륵 거리네
우리도 지금 배고픈데 그치?
얼른 하던 부분 마치고 밥 먹으러 갈까?"
라고 아이들을 달래준 적이 있었다.

역시 아이들은 작은 시인들이다.
내 말을 황당하다거나 이상하게 듣지 않고
"야, 하늘아 그만좀 꼬르륵 대~
그렇게 꼬르륵 댄다고 배가 불러지냐?"
라고 나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박성우 시인의 '이상한 낱말 사전'을 읽고
혼자 피식거리며 "맞아! 맞아!"를 외쳤던 건
사람이 아닌 주변 사물과 동물들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주고 있는
이 '이상하지만 결코 이상하지 않은' 낱말 사전 속
사물들과 동물들의 이야기들에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일상속에서
박성우 시인이 했던 것처럼(나도 물론 ㅎㅎ)
주관으로 똘똘 뭉친 일인칭 시점을 벗어나
'나' 또는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공감을 좀 더 해주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비단 시인이나 감수성 풍부한 자가 아닐지라도
아주 작은 용기와 마음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일텐데.
그렇게 함으로써 뭘 얻느냐고?

세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힘!
그리고 무미건조한 인생을
조금 더 짭짤고소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줄
유머와 웃음!
그거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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