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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하라, 나는 자유다 - 허핑턴 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여성들에게 전하는 용기 있는 삶의 지혜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이현주 옮김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남자들이 돈 많은 여자를 불편해하는 이유>를 읽으며 회상을 해 본다.
미국으로 여행을 자주 다녀서
미국 남성을 만날 기회도 많았다.
그 때 불편했던 것은
미국 남자들은 여자를 굉장히 성적인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다들 대학을 졸업했고 의료계에 종사하거나 심지어 박사 학위를 딴 전문가까지도.
외모가 아름답기만 하면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은 여자 동료에 대해서도 음담패설을 일삼았다.
성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상대적으로 평등한 미국에서 지성이 있다는 남자들도 동성끼리 모이면 이렇단 말인가!
게다가 미국에서는 바에만 가면 여자 바텐더와 웨이트리스에게 얼마든지 팁을 안기며 집적될 수 있어서 나이가 어리고 순간적으로 돈을 위해 비위를 맞추는 술집 여성과의 만남도 일상적이었다.
그들과 스트립클럽에 갔다가 단지 상대적으로 못 생겼다는 이유로 팬티까지 벗고 혼신의 춤을 춘 스트리퍼가 단 1불의 팁도 못 받고 무대 뒤로 사라질 때는 같은 여자로서 너무 비참했다!
그러다 예쁜 여자가 나오자 한바탕의 나체 춤에 겨우 2불의 팁을 내던 그들의 인색함이란!
나는 하류 계층의 여자들이 상류 계층의 남자들에게 굴욕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불쾌해졌다.
그들은 스트리퍼들을 아티스트라고 불렀지만 그것은 자기들이 가진 돈을 받아가기 위해 개의 몸짓이라도 할 듯한 그들의 열등한 입장에 대해 스스로에게 느끼는 우쭐함에서 오는 마음에도 없는 칭송이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낮에 봤던 사람들이 맞는 건가…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세상에서 최고로 정의롭고 지적인 직업을 가졌으며 존경 받고 인기 많은 남자들이 맞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 곳에서 서비스 여성들이 자기 비위를 순간적으로 맞춰주는 데 익숙해져서
일상에서 만나는 일반 여성에게도 그런 대우를 바라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실제로 창녀와 섹스를 한 적이 있는 친구가 토로하기를
창녀와 하는 섹스는 너무 ‘비즈니스적’이어서 감흥이 없다고 실제 여성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여자에게 정성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현실의 일반적인 여성과 사랑하고 싶어했지만
그는 은연 중에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서비스 해주는’ 직업 여성들의 태도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거의 하녀와 창녀를 섞어놓은 이미지로,
그 어떤 여자도 원치 않을 역할이었다.
그러니 아직도 바를 배회하고 엉뚱한 여자에게 돈을 쓰면서 그의 이상과는 반대로 아직도 싱글이며 삶의 의미를 못 찾고 있다.
미안하게도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You only deserve the prostitutes. (너에겐 창녀만 어울려)” 라고 말해버렸다.
한마디로 남자의 욕구는 성 평등과는 배치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남자들은 영원히 성차별이 유지되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
남자는 보통 자기보다 어리고 돈이 없는 여자와 결혼하는 걸 보면
자기가 우월함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는 데서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자기보다 어리고 자기보다 약간 덜 버는 여자랑 결혼해야 편안해한다면 그건 우월한 위치로 남고 싶은 욕망이지 그게 사랑일까.
돈에 대한 세 번째 장을 읽으며 내가 지금 돈을 다루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일부러라도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돈에 대해 공부할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안주하는 전업주부의 역할은
‘너는 돈을 못 벌잖아’라고 무시하는 결혼관계에 너무 쉽게 빠질 수 있다는 데서
척박한 현실에 대한 돌파구로 결혼을 고려하기 보다는
차라리 소액을 벌더라도 경제력을 유지하는 싱글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자의 파산 가능성을 높이는 첫 요인이 출산이라고 하니 아이도 함부로 낳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자기보다 힘 있고 돈 있는 남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좀 다른 기준으로 성적으로 평등하게 역할 분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런 철학을 가진 남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잘난 남자를 만나 학대 받거나 냉대 받다가 이혼하고 다시금 자기에게 맞는 좀 더 완화된 조건의, 또한 자신의 성격에 맞춘 다른 기준으로 새로운 상대를 만나 더 나은 사랑을 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처음부터 재력과 학벌보다는 여자를 동등하게 존중하고 인정하며 내 성격과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남자 말고 함께 있을 때 내가 너무 행복한 남자 말이다.
남자도 얼굴이 예쁘고 나이가 어려 주위 동성 친구들이 “와, 부럽다!” 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자기 성격과 맞는 여자를 만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행복할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
p.116 제대로 된 사람을 사귀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는 그와 함께할 때 자신이 변해가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찾고, 당신을 구해줄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으면 스스로의 모습을 좋아하게 만드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p.176 당신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도 책을 읽고 당신이 TV를 많이 보면, 아이들도 그럴 겁니다. 당신이 세상에 봉사하면, 아이들도 봉사할 거예요. 따라서 모든 걱정을 털어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의 자신이 되는 것이죠.
p.205 방관자로서 싸움을 지켜볼 때보다 ‘링에 올라’ 좋은 시합을 펼치는 것이 훨씬 큰 성취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즉, 시합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졌다는 뜻은 아니다.
p.233에서 자신보다 나이 많은 여자 롤모델을 찾으라는 제목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던 일이라서!
여자 멘토들이 쓴 책을 줄줄이 읽고 있는 요즘은 바로 그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2주일 전 김미경 님이 쓰신 책을 읽었는데 이 책 뒷장에 추천사를 썼다는 걸 보고 놀랐다. 난 그걸 모르고 책을 샀는데 이 뭔가 연결된 느낌!
최근에 미국 팟캐스트를 듣다가
미국 여성이 28년 전에 자신이 직장에서 처했던 상황을 묘사하는데
그것이 놀랍게도 현재의 한국과 너무나 흡사해서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한국이 어느 정도 선진화되었고 이제는 충분히 중진국이라 생각하고 발전할 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여성의 현실은 미국의 30년 전과 같다는 것!
한국 여자는 미국 여자처럼 살 수 있으려면 앞으로 3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걸까, 설마?
진짜 죽기살기로 더 독하게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특징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국의 전문직 여성들의 사생활이
예시로 등장하고 여성에 관한 재미있는 책과 영화가 자주 거론되어 여성에 대한 지식이
확장된다. 그래서 한 권을 읽었지만 여러 권을 읽은 느낌이다.
이토록 전문직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책도 드물 것이다.
아리아나의 인맥과 미국의 풍부한 여성 전문인력의 풀에 감탄한다.
미국의 여성들은 한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서로 연대하는 것을 택했구나.
그 동안 여성들은 개인적으로 학업과 직업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지만
경제력을 갖춘 이제는 여성들 간의 연대를 통해 정치력을 행사해야 한다.
아리아나가 돋보이는 것은 두 번째 그녀의 책처럼 '지도자의 역할'에 관심이 있었고
정치로 궁극적인 '여성 지도자'의 세계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지지부진한 성차별 환경은
개인과 자신의 가정만을 지키면 된다는 여자들의 좁은 시각과 소극적인 태도에도
원인이 있을 지 모른다.
자신보다 어리고 경력이 부족한 여자 후배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회적 연대와 여성간의 의리로 자신의 관심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