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 -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은 당신을 위한 따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언 33
신의진 지음, 김경림 엮음 / 걷는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혼이지만 가끔 임산부와 기혼여성 까페를 들락거린다.

과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과연 그 결정에 만족해하며 사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은 욕구불만에 시댁과 남편 욕으로 뒤덮일 때가 많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떤 특유의 의무감이나 허세로 행복하게 포장하는 때도 있고

대부분 물질적으로 불만족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미혼이고 아이가 없다는 것에 오히려 안도하며 빠져나오곤 한다.

 

현대사회는 반품이 너무나도 쉬운 사회다.

보험부터 옷까지, 한 번 사고 일단 사용해보고 반품해도 제깍 환불이 된다.

심지어 결혼도 거의 절반 가까이 이혼이란 이름으로 반품이 된다.

반면 번복할 수 없어 인생의 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한 여성이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는 칼럼을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기시되는 발언이지만 많은 여성이 그에 호응했다.

아이가 생긴 후 자신의 인생이 더 불행해졌다고 느낀 여성이 그녀 하나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확률론을 공부한다.

기사에서 맞벌이하는 부부의 가사 분담률이 1(남자):5(여자) 라고 하면

우리 가정은 다를 것이라고 하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연애할 때 아무리 나를 사랑하는 것 같은 남자도

결혼하고 나면 통계 확률을 벗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가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도 5배나 더 가사와 육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내가 기사에 나오는 여자들처럼 경력 단절이 되어 공부한 것과 학위가 모두 쓸모 없이 되어 초라해져도 되는지

미혼이라면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타겟이 분명히 기혼에 아이를 가진 직장맘을 위해 쓰여졌고

좋은 조언과 격려로 가득차 있다.

특히 갈등하는 일상과 죄책감에 지쳐서 성급히 일을 그만두려 하는 여성들에게

충분히 다른 대안을 먼저 이용하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유연하게 바꿔주는 방향성이 좋았다. 

또한 상황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애만 보는 게 어때?' 라는 목소리가 더 많은 현실에서

'아니야, 넌 그러기엔 너무 아까워. 일도 잘 하고 아이들도 잘 키울 수 있어.' 라는 목소리가 되어준다는 건 큰 힘이 될 테다.

일단 그만두면 같은 수준의 직장으로의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가 너무 잘 알지 않는가?!

하지만 여대생이나 미혼 여성이 읽는다면

직장맘의 처절하게 피곤한 인생에, 불안한 직업적 미래에, 남편과의 너무나 불평등한 가사육아 분담에

질릴 수도 있다. 

가끔 현실은 호러 영화보다 더 무섭다.

호러 영화는 90분 만에 빠져나올 수 있지만

직장 여성이 아이를 갖는 순간

최소 20년 간 직장맘의 고달픔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맘=삶의 질 악화=불행이라는 등식이 곧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면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은 결혼과 아이보다는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

childfree life를 추구하는 미국 신세대 여성들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