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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개용남이란 용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개용녀라는 단어는 처음 써보는 것 같다.
그만큼, 같은 노력을 해도 그나마 개천에서 남자가 용이 될 확률에 비해 여자가 용이 될 확률이 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개천에서 났다는 것 뿐 아니라 그녀가 지난 책에서 말했듯이 못생기기까지 했고
못생긴 여자의 입지는 대한민국에서 좁디 좁다.
그러므로 개용녀라는 단어는 노골적이지만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정체성이다.
이 책은 특별히 영어에 대해 전문적으로 쓰인 책도 아니고
방법론도 아니되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설파하는 에세이집에 불과하다.
유수연이라는 네임 밸류가 없는 사람이 썼다면
개똥철학이라며 무시당하기 좋은 조건이다.
개천의 지렁이가 자기 생각이 뭐라고 얘기해 봐야...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적극적이고도 절박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고,
어쩌면 하버드를 나온 고소남 강용석에 비해서 스펙은 떨어질 지 몰라도
우리나라에 훨씬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여는,
직접적인 기부나 봉사는 아닐 지라도
그 자신이 못 생겼지만 능력 있고 결혼 없이 부를 일군 여자 멘토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성이 유수연의 조건이었다면
못 생긴 외모와 어려운 집안 사정을 원망하며 신세한탄을 하며 살다가 늦은 나이까지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나을 것 같아서 생계와 노후에 대한 공포심에
자기를 그닥 사랑하지도 않고 고마워하지도 않는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자동으로 아이를 낳고 시댁에서 구박 받으며 살고
남편이 집에 빨리 안 돌아온다는 사소한 불평이 일생을 지배하는 진부하고 미천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하는 모든 막중한 가사노동은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 무형의 노동으로 평가절하 되었을 것이고. 마지막에는 부엌 아줌마로 남았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유수연이 조금만 더 예뻤으면
그녀의 야심을 이루지 못하고
그럭저럭 평범한 유혹에 이끌려
일반적인 가정주부로 전락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척박한 외모상태가 그녀의 강한 정신력과 결합해
현재의 비즈니스 커리어 우먼이 된 것이 아닐까.
못 생긴 여자로서 한심한 남자에게 기생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다 보니.
내가 부러웠던 건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소에는 '민낯'으로 돌아다녀도 끄떡없는 강심장과
필요할 때, 책의 커버와 속지 사진이 필요할 때 등만 멋지게 짜잔 하고
차려 입고 프로들에게 꾸며져서 보여지는 일이었다.
즉, 남이 날 예쁘게 봐주길, 날 겉을 보고 무시하지 않길 바라면서
남의 시선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초라하게 하고 다녀도 꿀릴래야 꿀릴 수 없는 그녀의 경제적 정신적 자신감.
그리고 철저히 원할 때만 꾸며도 되는 자유로움.
그녀는 아웃사이더지만 그래서 베스트 아웃사이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