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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 김범수 옮김 / 용오름 / 2012년 7월
평점 :
무연사회는
옛날, 생계 능력이 없어서 남편의 외도나 폭력을 참고 죽으나 사나 견뎌야 했던 시대에 비하면
여차하면 이혼도 할 수 있고, 이 꼴 저 꼴 안 보고 독신으로 살 수 있어진
여권 신장의 밝은 증거이기도 하다.
인연을 가질 자격이 없는 폭력적이고도 이기적인 이들도
예전에는 독점적인 가장의 경제권으로
가족이 억지로 유지되었던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현재 출산의 주체인 여성들의 가사 육아 노동을 분담하려는 남성들의 움직임이나
(맞벌이의 경우에도 가사 분담률은 1:5)
정책적 배려는 미미한 것을 보면
원인을 적당히 방관하면서 사회도 남성도 기득권을 희생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저 여자들만 계속 희생해 오던 대로 희생하라는 이기적이고 손쉬운 기대뿐이다.
닥쳐오는 무연사회라는 증상은
차별적인 희생을 거부하는 여성에 의해
필연적으로 사회와 남성이 그 부작용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일단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양육과 일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는
과로가 만연한 일본과 한국 특유의 경직되고 수직적인 노동 문화도
저출산과 무연사회를 부채질한다.
대학과 대학원까지 나온 재원 여성들이
그저 집에 갇혀 아이에 구속된 여생을 선택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이냐 아이냐, 일이냐 결혼이냐 이런 식의 극단적 선택만을 갖게 되고
일 (자아실현)과 양육 (그리고 가사) 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해
일 (자아실현)을 선택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계 능력이란 때론 목숨보다도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인연이 일방의 경제력 때문에 유지되는 것보다는
공평하고 독립적인 무연사회가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노인이 될 수록 아이와 같이 무기력하고 연약한 존재로 회귀하므로
인류애 차원에서의 복지 확충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