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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해외 여행을 할 기회가 많았다.
잘 알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과 여행을 위해 모여서 사생활 없이 단체로 몰려다니던 예전의 여행 문화와 달리 요즘은 젊은 여성들도 배낭여행을 자유로이 떠나곤 한다.
그것은 결국 이국적인 곳에서 영화로만 보던 외모의 남성들과 아무런 사회적 감시 없이 자유로이 섹스를 할 기회가 활짝 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여행을 할 때마다 섹스의 기회가 항상 있다.
개인적인 사정상 한 곳을 반복해서 다니기 때문에 낯선 이보다는 신분을 알며 친해진 이들이 많기에 안전하다는 장점까지 더해진 환경이다.
최근에 미국 여행에서는 의대를 조기 졸업한 근육질의 연하의 천재 억대 연봉 백인 미남 의사 집에서 머물렀다.
살면서 그토록 완벽한 남자는 처음이었다.
의대.조기 졸업.천재.근육질.백인.연하.미남.의사.억대 연봉.친절.매너.
그 중에 하나만 갖춰도 반할 텐데 조건이 너무 좋으니 이성이 흐려질 정도였다.
삽입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애무 정도는 했다.
얼마든지 내가 ok하면 섹스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안 하는 것을 선택했다.
왜였을까?
1. 약간의 플레이보이 기질. 내가 상처받을 수 있는 가능성
2. 다른 여자들의 케이스에서 이미 장난스런 섹스 뒤 감정의 후폭풍으로 괴로워하는 케이스들을 봐서. (남녀 둘 다 똑같이 캐주얼하게 시작하지만 여자는 감정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남자는 그 여자를 잠자리 상대로만 보고 떠나기 때문에 상처받는 케이스들을 봄. 물론 비슷한 비율로 반대로 섹스 후 버려진 남자들의 케이스도 봄.)
3. 다시 그 장소로 다음에 방문해야 하고 그들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야 하는데 남자들의 섹스 경험 공유 경향을 아는 나로서는 나와의 섹스 내용이 삼자와 공유되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는 것이 싫었음.
4. 그 남자가 결코 나와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
복합적으로 다 작용했지만
3번이 제일 크다.
왜냐면 만일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장소였다면
인생에 길이 남을 섹스 대상자로서는 괜찮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 순간 섹스를 감행할 만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자유로이 섹스하고 사니까.
하지만 왜 해 버리지 않았는지 스스로의 선택이 궁금해서 사게 되었다.
할까 말까의 선택은 정말 찰나에 판단되어 내려지는데
아마도 같은 상황에서 내가 남자였다면 백인.빅토리아시크릿 모델급 미녀.명문의대조기졸업.부자.어린.여자.의사.를 만나서 함께 지내는 동안 과연 나처럼 섹스를 회피했을까?
문제는 다음에 또 간다는 거다.
그리고 과거에 어떤 선택을 했든 요즘도 키스하는 장면이라던지 성적인 장면을 자주 상상하곤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고민된다. 치근댄다던가 친절하게 접근하는 건 남자지만 섹스를 하느냐 마느냐의 결정권은 오로지 여자에게 달려 있으니까.
매일 밤마다 유혹과 기회는 다가올 텐데 하는 게 나한테 좋은 걸까 안 하는 게 나한테 좋은 걸까?
일단 경구피임약은 복용중이다.
미국으로의 고학력 이민을 꿈꾸고 있는 나로서는
미국이란 곳이 생각보다 보수적인 면이 있는 나라고 여성의 성에 대한 자유로움은 이슬람 국가와 아시아 국가보다 낫다 뿐이지 여전히 남성의 성에 비해 이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면은 실망스러웠다.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성과학도 실험과 연구를 행하는 과학자의 '이런 결론이 나왔으면 좋겠다' 혹은 '이런 결론이어야 마땅하다'며 실험 시작 전부터 편견에 사로잡힌 채 연구가 진행되고 해석된다는 부분도 실망스러웠다.
과학과 수학이란 문화에 영향받지 않는 순수한 학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결코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클리토리스로 느끼는 오르가즘이 삽입으로 느끼는 오르가즘보다 더 명백하다는 점도 경험으로 동의하고 그러므로 의문이 든다.
여자들은 그 동안 혼자서 자위해서 충분히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느낄 수도 있었는데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에 결혼을 하고 질을 남편에게 의무적으로 '대준' 걸까?
삽입 섹스가 클리토리스 자위보다 못하다면 경제력이 해결된 여자에게 결혼의 동기가 있을까? 있다면 뭘까?
기회가 없이 살아가면 선택권이 없는 대신 선택에 대한 고민도 없다.
세상이 글로벌화 되고 유학과 해외 여행, 해외 취업이 늘면서
타인종과의 그리고 전반적인 섹스에 대한 기회와 자유가 무궁무진하게 미혼 여성에게 열렸다.
나는 그 기회와 나 자신의 내면을 주시하며 내가 행복한 선택을 내리려고 할 뿐이다.
다른 여성에게 드리는 조언:
1. 뉴욕에 사는 전문직 여성 중 한 분이 덜컥 임신을 하였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잡식성 섹스를 할 정도로 자신의 성욕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그러기 위해 몸 속에 피임기구를 삽입할 정도로 (루프나 링) 나름의 예방을 했기에 자신에겐 충격을, 주위에는 교훈을 남겼다. 100% 기적의 피임법은 아직 없다, 2가지 이상의 피임법을 병행하라는 것. 개인적으로는 경구피임약과 콘돔의 병행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것 같다.
2. 자유로운 섹스가 섹스의 자유가 없는 것보다는 분명 좋다. 하지만 섹스가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만은 않는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남자들처럼 '그냥' 하는 캐주얼 섹스가 늘고 있지만 내가 보고 들은 바, 일단 섹스를 하면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빠지는 비율이 월등하게 여자 측이 높은 것 같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섹스가 인스턴트 라면 뜯어 먹는 것처럼 별 게 아닌 게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런 것 같다.) 그러면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섹스 후 연락하는 여자를 귀찮아하며 전화번호를 바꿔버리는 남자도 봤고, 섹스 전에는 규칙적으로 문자를 주고 받던 친절한 남자가 섹스 후에는 갑자기 문자를 씹는 경우, 내가 여행했던 곳을 한 한국 여자 여행자가 와서 현지 지인과 섹스를 했다가 여자 혼자만 감정적으로 발전을 해서 나중엔 한 달 넘게 재방문을 해서 남자에게 매달리며 울고 불고한 일 (그 때 그 남자는 이미 다른 일본 여자에 대한 흥미를 내게 늘어놓았다. 자기에게 빠져 버린 한국 여자에 대해 미안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미 다른 여자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표하던 그를 보며 남자의 냉정함을 느꼈다.). 섹스를 결정하기 전 피임 이외에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할 일은 감정적 각오다. 이 남자가 섹스 후에 내 문자를 씹어도 내 기분이 드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섹스 후 다음 날 이 남자가 바에 앉아서 다른 여자들한테 집적대는 모습을 봐도 쿨하게 지나칠 수 있는지. 만일 상대 남자가 조건이 좋고, 그 남자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관심을 표하길 원하는 남자라면 오히려 섹스를 안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자유 섹스는 결코 로맨스를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의하라. 남자에게 섹스는 섹스일 뿐, relationship의 전 단계가 아니다. 반면 여자들은 섹스 후 관계가 더 깊어지길 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기대를 섹스 전 버리지 않으면 이용당했다, 배신당했다는 느낌만 들 수도 있다. "난 너랑 섹스만 하고 싶고 이후에 너를 책임지지 않을거야. 니가 섹스 후 어떤 감정을 느끼던 그건 나랑 상관이 없어. 절대 너에게 구속받고 싶지 않고 너에게 정착하는 일도 절대 없어. 설사 니가 임신을 해도 그거야 니 문제지. 그냥 섹스만 하고 싶어. 너랑 섹스하고 나면 너에 대한 관심은 뚝 떨어질 거야. 너는 이미 경험했으니까 다른 새 여자에게 관심이 갈 거야." 라고 섹스 전 정직하게 경고해주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 그랬다간 섹스에 이르지 못할 테니까. 섹스 후 다음 날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해도 내가 괜찮다면, 그 땐 섹스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