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우울증 - 나는 이런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
김병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상당히 세속적인 흥미를 이끄는 제목을 단 책이다.

전혀 경제적으로 현재 넉넉하지도 못하고 미혼이고, 앞으로도 남자의 재력에 기댄 사모님으로 살지도 않을 거지만, 다른 계층의 여자의 인생에 대한 궁금증으로 사게 되었다.

아마도 지금의 젊은 세대 여성은 남자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남자에게 비굴하게 맞춰가며 살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모님의 처지가 이렇다. 돈 많은 남자의 치명적인 약점이 거만함과 이기심, 독선인 것 같다).

현재 세대의 여성에게 사모님이라는 주변인으로서의 지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반적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젊은 세대 여성들 보다는 중년 여성 독자들에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각 케이스의 결말과 처방 부분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데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각 사례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 조심스러움이 갈수록 전문가의 겸손함으로 느껴졌다.

특히 이름으로 보면 저자가 남자인 것 같은데

문체는 상당히 여성스럽고 감성적이다.

이 책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평소에 그림을 감상하는 기회가 극히 적은데

자연스럽게, 스토리와 연계해서 그림을 하나 하나 감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림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지만

각 사례에 한 두 가지의 그림을 연상하며 저자만의 해설을 읽는 것이

그림 전문가가 온갖 어려운 말로 그림을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더 일반인에게는 쉽게 와닿는다.

우리나라 사모님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사나, 단순히 호기심으로 펼쳤다가

그림에 대한 소양을 얻고 끝냈다.

사모님들이 갖는 공통적인 고민과 우울증에 대한 해답이라면

처음부터 '사모님'이 되고자 하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답일 것 같다.

부자 남자의 성공으로 나도 성공한 삶을 살아보겠다며 주변인을 자처하는 여자의 인생 전략보다는

큰 월급은 아니더라도,

결혼을 당분간 포기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거나 적게 낳더라도,

내 인생을 배우자나 가족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누군가의 사모님으로 살기 위해 달렸으니

누군가라는 주체에 의해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은 필연인 것 같다. 

다만, 이 책의 사모님들의 연령대는 40대 이후인데 우리 어머니 세대는 경리나 간호사, 학교 선생님 외에는 직업을 가질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임금도 아주 적어서 결혼이 아니면 생계 해결이 불가능한 불행한 세대였기에 부자 남자의 사모님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목표였으리라고 이해는 한다. 

시크릿에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나서 나에게도 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그 사랑을 주라는 부분이 있는데

남편 (혹은 자식) 에게 실컷 희생을 해놓고는

나에게도 내가 희생한 만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그 희생할 에너지를, 자기 자신에게 애초에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읽는 내내 그들이 꼭 우울증을 겪어서가 아니라,

돈 문제가 없다 뿐 엑스트라인 그들의 인생이 결코 부럽지 않았다.

나는 남편이 부자가 아니어도 되고

심지어 남편과 자식이 없어도 되고

생계를 어느 정도 꾸려갈 돈만 벌 수 있다면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살기 보다는

자유롭고 주도적인 여자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남편과 자식들을 '뒷바라지' 해서 겨우 경제적 안정을 얻는 사모님보다는

적은 돈을 벌더라도 사회에서 내 전문성을 기르면서 직업을 갖고 살고

노후에는 내가 적립해 두었던 연금으로 경제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독거노인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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