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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것 - 아내들은 알 수 없는 남편들의 본심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다음 메인에 '아내들도 모르는 남편의 본심' 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이 떠서 클릭해보게 되었다.
서문이나 착상이 흥미로워
즉시 구입하였다.
주위에도 많은 입소문을 내었지만
정작 책을 받아서 읽어보며 실망하고 있다.
숙년기 (50대 후반부터 70대 이상까지)의 남성이 외도를 하고 돌아오면
그것은 그의 연령대에서 생리적, 감정적인 이유로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아내는 헤어질 게 아니라면 예쁘게 꾸미고 보드랍게 맞아주라고 조언한다.
나는 비록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은 현실이고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타협을 해야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남편이 저지르는 온갖 성적인 불륜, 바람을
'남자는 원래 육체적으로 생리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해해주면 좋다' 라는 요지에
실망했다.
'남자는 원래 그러니까' 라는 체념을 전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랄까.
그러나
'여자는 원래 화려한 것을 소유해야 기분이 좋아지게 태어났으므로
당신의 아내가 월급의 **%를 구두에 쓴다고 해도 부드럽게 이해해준다면
그녀는 더욱 감동해서 당신을 사랑할 것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도 있듯이
여자는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므로
어쩌다 외도를 해도 돌아온다면 너그럽게 대해주고
외모를 가꾸고 맞이해준다면 여자는 감동해서 당신을 더 사랑할 것이다'
와 같은 버전으로 성을 바꾸어서 이 책의 관점을 대입해보면
역시 남자라도 반발감이 느껴질 것이다.
임신을 했을 때에도
너무 동물적으로 으스대지 말고
부끄러운 척을 하라니
이것은 일본식 사고방식에서만 가능한 발언으로 느껴져서 순간 거리감이 느껴진다.
뭐랄까.
비정상적으로 톤이 높은 새된 아기 목소리를 내는 일본 여성들의 행동은
이 작가처럼 그런 여성의 태도를 원하는 일본 남자들의 기대에 부응한 결과라는
평소 생각을 재확인하게 한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누드행사까지 열린 점을 생각하면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는 순간에도
저자와 같은 이가 '신비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부끄러운 체하는 모습이라도 연출을 하라'는
부자연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일본성이 나타나는 부분은
남자는 정신적인 데서 성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장에서
친구가 여자친구와 모텔에 갔다가
다른 방에서 들리는 교성이 더 좋아 여자친구와 자는 대신
유리컵을 들고 그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했다고 하는데
변태 성행위로 유명한 일본의 남성에게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우리나라 남자 중 누가 여자친구와 모텔에 가서
다른 방의 교성을 더 즐기느라 여자친구와 헤어질런지
이 책의 남자 입장이라는 게
심지어 일본 남자에 국한되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본 남자 여자가 읽으면 이해될 부분도
한국 여자 남자가 읽으면 "?" 할 상황이 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맞는 말도 하기 때문에
공감을 할 듯 할 듯 하다가도
이런 내용이 공감을 방해한다.
이 책은 어쩌면 일본 여자가 일본 남자를 대할 때 더 도움이 되는 책이지
한국문화에는 이질적인 게 아닐까?
만일 이 책에 따라
남편이 외도를 해도 이해를 하고
출산시 남편이 아내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 신비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남편을 끌어들이지 말라
는 조언을 따른다면
홧병이 나거나
외로운 여성만이 남게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세대, 즉
머리속까지 서구식 사고방식으로 푹 젖어 있는 한국의 여성들에게
아무리 작가가 구구절절하게 남자는 이렇다라고 설명을 해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샀을 때는 조금이라도 이성에 대해 현명해지고 싶어서 산 것인데
주제인 '남자라는 것의 속성'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나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책이 도움이 되려면
여기서 말하는 남자가 대체적인 대한민국 남자로 일반화 되어야 하는데
일본여자에게 유용한 일본남자론 정도로 보인다.
한편,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저자 자신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페이지의 상당 부분을 노년의 사랑에도 할애하고 있으며
남녀관계에 대해 담담한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같은 책이지만 저자가 젊었다면
그토록 다양한 연령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졌을 것이고
자신의 주장을 위해 냉정함을 잃고 이 책 특유의 분석적 목소리를 잃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