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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하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혜원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한창
연예계 이혼이 이슈가 되고 있는 때이다.
나는 톨스토이 작품을 연이어 읽고 있을 뿐
안나 까레니나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책을 샀다.
그러나 이 작품이 그토록 반향이 클 수 있었던 건
톨스토이가 써서이기도 하지만
불륜에 빠진 여성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아직 결혼해보지 않았지만
남자친구와 사귈 때 불안해하던 내 비이성적인 혼란스런 마음이
안나 까레니나에게서 발견될 때는
옳은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동감할 수 있었다.
또한 책 내내 주요인물로 나오는 레빈은
안나 까레니나와는 두 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마지막까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톨스토이 자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톨스토이 문학에선
여성들이 놀랍도록 주체적이고 자아가 강하며
여성 캐릭터의 마음 묘사에 할애가 많이 돼 있어
지금 봐도 '당돌'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주체성을 갖는다는 것이
여성으로서는 자칫하면 잃어버릴 수도 있는 일인 것 같아
의식하며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불륜에 빠지고, 거기다 성공적으로 제 2의 인생을 불륜남과 정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죽었다.
다른 결론은 불가능했을까?
그녀를 위한 해피엔딩은 말이다.
결혼한 남편은 그녀를 무시하고 그녀는 남편은 싫으나 아들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남편 대신 새 남자친구를 찾은 것 까지는 좋았으나
아들을 잊지 못해 그녀의 큰 불행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불행은 그녀가 불륜남과 딸을 새로이 낳으며 두 번째 가정을 가졌으나
새 남편의 사랑에 불안해하고 혹시 버림받지 않을까 연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 시대의 여자라도, 안나처럼 자살할 수밖에 없을까?
그녀의 감정은 모두 이해할 수 있으나
지금 시대라면 안나는 아들은 잊고 딸을 사랑하며 브론스키가 나를 버리던 말던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옛날에는 안나가 새 남자를 만나 행복해질 가능성보다
브론스키가 여러 여자를 만나 새 가정을 꾸릴 가능성이 훨씬 용이했기에
그녀의 불안감과 질투심은 당연했을 지도 모른다.
애초에 브론스키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불행했을 결혼.
아내의 존재에 대해 고마워할 줄 모르는 남편과 평범하게 사느니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와 연애한 편이
극단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