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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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일 한국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역시 정체성의 문제가 가장 크게 얽혀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내게 세계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는 것인가?’”(36쪽)

 

이 책의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으로 요즘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소위 스타 지식인이다. 그런 강상중이 일본 사회에 그토록 맹렬한 비판을 하는 이유는 그가 재일교포 2세라는 가족사적인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내 안에서 일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와같은 9개의  질문에 나는 어떠한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마주하고 이야기 한다. 그는  우리의 고민을 물음으로 대변해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진지했던 고민의 과정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노력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상반된 욕구'에 '정신이 조각나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고민의 힘을 보여준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높은 작픔성과 시대를 초월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다. 또한 막스 베버는 독일의 사회과학자로 그가 저술한〈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은 자본주의 형성과정을 설명한 매우 유명한 저술이다. 여기서는 근대 유럽에서의 자본주의의 발생을, 프로테스탄티즘 특히 칼뱅주의의 교리하에서 금욕(禁慾)과 근로에 힘쓰는 종교적 생활태도와 관련시켜 설명하고 있다

 

100년 전 근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될 무렵 활동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낳은 문제와 마주했다. 저자는 그들이 살았던 제국주의 시대와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를 비교하면서, 급격한 외부적 변화가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 결과 개인은 점차 소외되고 고립되어간다는 점에서 두 시대가 유사하다고 말한다.

 

인생이란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들의 집적이며,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믿고 해답을 발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 있는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고 쩔쩔매는 일도 있겠지요. 예를 들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떤 관계를 선택해야 할지, 상대에 대한 기분을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낳지 말아야 하는지,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될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불치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죽음과 마주할 것인지……. (p.103)

 

 “내가 누구인가?” 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나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언제나 남는 건 지독한 갈증뿐이다. 고민이란 '마음 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운다'는 뜻이다. " 이어 삶에 대한 고민이 그렇듯 죽음에 대한 고민도 ’관계 속에서’ 실마리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는 고뇌 없는 청춘은 ‘바싹 마른 건조한 청춘’, 즉 반드시 겪고 넘어서야 할 인생의 고비를 지나치고 늙어버리는 것과 같다. 청춘의 방황을 겪지 않고 별다른 고통 없이 목표한 바를 이룬 인생은 공허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청춘은 좌절이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실패가 있기 때문에 좋은 시기임을 강조한다.

이 책이 비록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많은 감동을 안겨준 이유는 저자 자신의 진솔한 경험 속에서 몸소 깨달은 조언들을 솔직하게 끌어내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었을때 부터 고민하던 문제를 회상하며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던 근분적인 문제들은 20세기 초반이나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많은 차이가 없으며 사회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한은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풀어나가야할 숙제같다는 느낌으로 와닿는다.

 

“단순히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 의미를 확신할 수 있을 때 ’삶’과 ’죽음’이 모두 비슷한 무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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