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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날 황금쥐가 동대문운동장역에 나타나더니 그뒤로 지하철역 이정표가 모두 사라졌다.
하룻밤 사이에 서울 전역에 있는 이정표가 사라졌다는 내용에서 우리는 이 소설에서의 '이정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정표가 사라짐으로써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이 소설에서의 '이정표'의 다양한 상징이 흥미롭다. 황금쥐와 철수 ,그리고 부장판사에게 각기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각자의 이정표를 생각하게 된다.
이정표란 여행을 할때 필수 불가결한것으로 이 이정표의 사라짐은 가고자하는 방향을 잃게되는것으로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삶의 목적이나 이루고자하는 희망의 상실을 이야기 하는것 같다. 모든역의 생김새가 비슷비슷한 지하철에서의 '이정표'란 그야말로 절대적인 의미의 삶의 좌표가 될것이며 이것은 목표를 향해가는 지도와도 같은 의미라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에서 '부장판사'는 다중의 편에 서서 거대자본에 굴복하지 않는 소신있는 판사이다. 이런 그도 황금그룹의 최고경영자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인물이다. 그는 대표적인 기업권력의 상징이기도 한 '황금쥐'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잠시나마 유혹에 빠진다. 부장판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꿋꿋이 지켜왔던 양심과 황금그룹의 스카우트은 우리의 삶속에서도 많이 만나게 되는 상황이다.
황금쥐는 모든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황금쥐는 경제적인 권력이나 정치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힘있는 권력의 상징이다.
이렇게 해서 운명을 건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황금쥐는 계획대로 제왕적 자본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철수와 부장판사는 이를 제지하고 엄마를 되찾기 위해 떠나는 장면등에서는 깊은 감동이 느껴진다.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재물에 대한 욕심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욕망'을 '꿈, 희망'과 동일시한다. 돈이 많으면 인생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지는 모르지만 돈의 노예가 된다면 진정한 인생의 참맛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되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회비판적 소설이다. 우리나라의 실업자수의 수가 100만을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점점 경제는 어려워짐을 느끼며 전직 대통령들의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속에 주고간 돈을 밝히기 위해 전직 대통령의 영부인과 아들까지 검찰에 불려가는 슬픈 사건들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을 바라보며 더욱 씁쓸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소설속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가치가 서로 부딪치고 또 융화되는 과정을 통해 소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