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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 / 진명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박영봉은 계간 <주변인과 시>의 편집위원이자 양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면서 현재는 신정희요에서 도자기를 공부중이다. 이 책은 전통도자기의 세계에 입문한 후 도자기의 매력에 심취되어 일본의 문화중에서도 도자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음식문화, 그중에서도 그릇 또는 식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조예가 깊은데 이는 일본을 여행할 때 음식과 그릇의 어울림에 강한 인상을 받고 일본의 요리와 그릇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일본에서 말하는 우쓰와기(器)의 대중화로 조그만 식당의 식기들도 대부분 도자기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일본요리에서 모리쓰케라는 잘 디자인된 그릇에 멋진 요리를 보기 좋게꾸민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말에는 디자인만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요리, 그리고 그릇이 만나는 예술적인 지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던 저자는 일본 요리와 그릇의 중심에 로산진이라는 인물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로산진이 우리나라의 계룡산 분청사기를 좋아해 우리의 흙을 가져간 사실도 접하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의 도예 기술을 흠모하고 연구했으며 자신의 그릇에 응용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또한 당시 그가 빚은 그릇을 직접 만져 볼 기회까지 얻게 된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로산진이라는 인물에 빠져들게 된다. 로산진이 죽고 50년이 지나게 되면 지독한 인간 로산진은 사라지고, 위대한 로산진의 작품만 남을 것이다”고 한 것처럼, 정형화한 사회인으로서의 인격체를 거부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인 로산진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하고 있다.
'로산진'은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에 버려진 천애 고아였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식객으로 떠돌며 서예, 도자기, 전각, 요리를 익힌 청춘기에도 딱히 스승도 없었다. 그리고 일본 최고의 요리인으로 우뚝 서기까지 몸뚱이 하나로 부딪쳐 나갔고 비타협적인 자세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다. 엄청난 도자기 작품을 남긴 로산진의 도예가로서의 삶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예술가로서의 이념과 장인으로서의 삶을 살펴보면 독단과 기행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자신 앞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여 자신만의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제4장에서는 요리와 도자기의 조화를 이끌어낸 로산진의 장인정신이 가득베인 요리에 대한 철학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피력하고 있다.
한시대를 살다간 장인의 땀과 손이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은 세계가 알아 주는 정신이다. 한 예로 2월 27일 일본에서 라면을 개발한 한 장인이 사망하였다. 그의 장례식에 나까소네, 고이즈미 등의 전직 수상을 포함하여 6,500여명의 조객들이 밀려들어 그가 보여 준 장인정신을 기렸다. 안도 모모후꾸(安藤百福)란 이름의 닛신식품 창업자이다. 그는 일본이 2차대전에 패한 후에 혹독한 식량난을 겪으며 간편한 먹을거리를 찾고 있을 때였다.그는 자기 집의 3평 짜리 창고에다 실험실을 차려 놓고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몰두하였다. 모두들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를 핀잔하였으나 그는 심혈을 기울여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였다.
그의 집념이 열매를 맺어 1958년에 인스턴트 라면 개발에 성공하였고 1971년에는 컵라면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가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라면을 개발하게 된 동기를 일러 주는 자리에서 “먹을거리가 풍부해야 인류에 평화가 온다는 신념으로 라면 개발에 평생을 바쳤노라”고 하였다.
일본에서의 그에 대한 추모 행렬은 이런 장인정신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라 생각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