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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첫장부터 자신의 여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속내를 드러낸다. 나이 마흔이 되었을 무렵 이른바 ‘성공한 작가’가 였던 저자는 남부러울것 없이 이루어 낸 성공에 자만을 느끼던 시절로 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라는 그럴듯안 위치와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말발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디오 문화프로그램까지 진행하던 한마디로 부족한게 없던 시기로 숨막히는 바쁜 일상속에서 많은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피곤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신의 몸속에서 예술혼이 빠져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오랫동안 살아온 정착민의 삶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어느날 그는 모든것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유목민의 삶을 택하게 된다. 떠나기 위해 정착민의 주변에 것들을 제거하는 과정이 특히 공감이 많이 갔다.
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년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P33)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DVD,CD, 책등이 의외로 많았다. 언젠가는 요긴하게 쓰게되는날이 오겠지하고 쌓아놓은 잡동사니들을 참으로 많이 소유하고 있다.나도 해외이민이나 장기근무를 위한 파견근무등으로 외국을 나가게 되었을때 나도 작가와 똑같은 마음이 들었을고 같았다.그러니까 나도 사서 축척하는 삶인 전형적인 정착민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일상을 돌아봤다는 섬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이다. 이탈리아 의 자치주이자 지중해 최대의 섬 이다. 마피아의 고향, 메두사의 얼굴을 한 섬 시칠리아에 머무는 동안 여유로운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으로 침투해 유유자적 공간을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섬이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잃어 버렸는지, 무엇을 잊었는지 깨닫게 해 주었으며 현재의 있는 삶을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진정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가지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삶의 공허함이 찾아오는 것은 부족할 때가 많이 가졌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타고난 섬세한 감성이 읽는이로 하여금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솔직담백한 글들은 저자가 직접 촬영했다는 시칠리아의 코발트빛깔의 하늘 등 고운빛의 풍광을 담고 있는 사진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책보다 저자를 TV를 통해 먼저 만났었다. 여러분야에서 활동하고 잇는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의 풍광과 여행중 만난 사람들을 통해 느낀 단상을 자신의 네레이션을 통해 전해주는 신선한 여행 다큐프로그램이었다. 평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보는데 이 프로그램은 내가 그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화면을 보여주기위해 열학한 제약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책을 통해 제작과정을 알게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