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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뿔(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영화평론을 읽다보면 '보리스 비앙의 소설보다 훨씬 직설적이다'라던가 "보리스 비앙을 이해하지 못하면 프랑스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발견하곤 했다. 어떤 작가이길래 작설적 표현의 대명사가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늘 따라다니던 작가중의 한명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난것이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평범하지 않은 제목의 책이다.
이 소설은 20세기 누아르 소설의 고전이라고 일컫는 보리스 비앙의 장편이다. 1920년 3월 10일 프랑스 빌다브레에서 태어난 보리스 비앙은 소설가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했으며, 작사가, 평론가,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트럼펫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이기도 했던,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보리스 비앙은 청춘의 작가다. 당시 그의 작품은 죽음, 충동, 에로티즘, 폭력과 환상, 즉 삶의 여러 순간들을 특징짓는 이 모든 것이 다양한 장르에서 신세대 문화를 주도했던 작가로 그는 미국에 가본 적 없으면서도 미국을 배경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1947년에 출간된 이 책은 기구한 유래를 지녔다. 출간된 당시의 전후 프랑스는 뉴 아메리칸 문학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시기로 이 소설은 1947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후 내려올 줄 몰랐고 많은 문학적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크게 성공한 작품이었다. 버넌 설리반이라는 가상인물로 아프리카계 미국작가가 쓴 것처럼 만들어 출판을하고 본인은 이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판매가 신통치 않았지만 예상치 않은 사건으로 이 작품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종 차별이 만든 살인마의 행각과 파국을 도덕적 판단의 개입 없이 써내려간 누아르 장르로 인종 차별이 횡행하던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소설의 화자인 리 앤더슨은 흑인 혼혈이지만 금발에 하얀 피부를 지녀 겉보기에는 백인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백인들을 향한 증오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백인들에게 살해당한 남동생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외모(육체)의 힘을 이용해 자매에게 접근하고 그들을 성적으로 농락한 후에 잔인하게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욕망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리 앤더슨은 백인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희생양을 물색하던 끝에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루와 진 자매를 찾아낸다. 두 자매에게 접근하고 이들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한 그는 한명씩 살해한다. 술, 폭력, 섹스가 반복되는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서술해 나간다. 주인공 리 앤더슨은 시종일관 그는 감정도 갖지 않은 채 백인 여자들과 섹스를 하는 일에 집중한다.
이 책이 출간된지 반세기가 지났다. 지금이야 이 정도의 성적묘사나 폭력에 대한 묘사는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겠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위의 표현이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2차대전 종전후의 시대적 분위기와 미국이라는 나라의 당시 인종차별의 심각성도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시절이 바뀌었다. 이제 미국이라는 나라는 유사이래 처음으로 흑인대통령까지 나온 시대로 변화되었다.
소설이라는것이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조차 이 소설에 대한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릴만큼 사회적반향을 일으켰었다는것을 50년이 지났지만 어렴프게나마 짐작이 갈것 같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