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 빨강머리 앤 100주년 공식 기념판
버지 윌슨 지음, 나선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는 캐나다의 유명 작가인 버지 윌슨이 연구자들과 원작자인 몽고메리의 후손들의 조언을 얻어 감춰져 있던 앤 셜리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로 새로 재구성한 '빨강머리 앤' 의 공식 속편으로 앤의 어린시절 이야기로 원본에서 짧게 암시된 앤의 어린 시절과 독특한 캐릭터를 형성하게되는 배경인 앤이 태어나기 이전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녀가 미처 말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만남속에 얼마나 많은 감추어진 이야기가 있었는지,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앤의 성장 환경은 참으로 복잡하고 우울한 환경이었다. 고아로 서로 다른 두 가정을 거쳤지만 두가정모두 가난했고 어린아이에게는 혹독한 상황인 중노동에 내몰려야 했다. 앤의 어린시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무척이나 힘든 삶이었지만, 그 곳에도 여전히 희망과 사랑이 존재하였다.

어린 시절 '앤'이 내 가슴을 적신 것은 작품에 흐르는 인간적인 통찰의 깊이였던 것 같다. 앤의 어린시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삶도 상처를 입고 오랜세월 방황하는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작은 관심에 환희를 느끼고 더 나은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앤은 그러한 이들에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랜 추억과 삶의 환희를 일깨워주는  한 줌의 청량제와도 같은 존재였다.

술주정뱅이 토마스씨의 인생도 술을 좋아하지만 가족을 위해 늘 봉사하던 그에게 친구의 배신으로 일자리를 잃게된 사건은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고, 금주를 결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다가오는 불행의 손길은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토머스 부인 역시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을 하는 보통사람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화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계모의 모습이 아닌, 폭언에 대한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작은 친절에 감사의 말을 전하는 부인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앤에게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 틈만 나면 “나는 많은 것들을 희망하는 버릇이 있어요”라고 고백한다. 이런 앤의 장점은 토마스 씨뿐 아니라, 앤을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인간에게 있어 희망이란 얼마나 중요하며 이 희망이 삶을 어떻게 어려운 삶을 버티어 나가게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달걀을 파는 존슨 씨는 온통 힘겨운 노동의 연속 뿐이던 그 집에서 앤에게 구원이 되어준다.  숲속 외딴 집에서 과거의 상처에 마음을 닫아 걸어버린 괴퍅한 아저씨지만 그는 앤에게 단어 선생님이 되어주었고, 상상력을 맘껏 펼치도록 응원을 해주어서 앤을 몽상가로, 멋진 시인으로 만들어준 '멘토'와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앤에게 '용서'와 '자비'도 베풀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앤의 시련은 ‘왜 우리에게 고난이 주어지는 것인가’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고자하는 내 어린 날의 동심을 되살려주고, 감동의 눈물이 주는 편안한 위로를 함께 선사해주며 긍정적인 자세와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아름다운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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