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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ㅣ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5년 2월
평점 :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더 좋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실청? 집간장? 간수빠진 소금? 책도 그러하군요.
한 때 누군가 결혼 앞둔 커플이나 신혼부부에게 선물할 책을 물어보면 고민도 하지 않고 이 책을 떠올렸습니다.
제목부터 딱 이잖아요.

책 한 권 가득히 필사하고픈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어쩌면 결혼식 주례사 대신 이 책의 글귀들을 그냥 읽어주어도 좋겠다 싶은 글입니다.
그런데, 개정판이 나왔다해서 다시 만나보니 아니 이 책, 정말 왜이리 좋은걸까요.
신혼부부가 아니라, 50대 중년부부가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둘이 남아 삶을 꾸려가는 저희 부부에게 너무나 와닿는 그림책입니다.
살아보니, 어쩜 책 속의 글귀들이 아름다움을 떠나 말 그대로 현실, 삶의 장면을 그대로 다 담아둔 명문이었어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함께여서 더 쉽고
함께여서 더 어렵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십년을 살다가 함께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두 벌의 옷이 단추 2개로 함께 여며지는 것. 체구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고, 나와 달라서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가 또 그래서 싫어지기도 하지요.
가만히 보니 단추 2개 표정도 다릅니다. 단추 표정의 의미가 그런 것일까요?
좋다가도 싫어지는 것, 그래도 함께 하는 것.

두 벌의 다른 옷이 만나 하나로 여며지는 장면으로도 보이지만...
살다보면 서로 깍이고 깍여 닮아가 애초에 저렇게 다른 스타일을 나눠 두 벌의 옷을 나눠입은 사이가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너에게서 내가 보이고, 문득 나에게서 너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이요.

살다보면 한 공간에 머무르지만 함께 하지 않는 듯한 느낌에 외로움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각자 머무는 삶의 시간대가 달라서 그럴까요. 심지어 시선의 방향도 어긋나있습니다.
그런 시간이 와도 또 두 사람은 새로운 길을 찾겠지요.

두 사람이 함께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경이로운 일이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나 둘이 되고 또 셋이 되는 일.

그건 세상이 바뀌는 일이자 세상을 바꾸는 일이지요.
저희 두 사람은 그렇게 셋이 되고 넷이 되었습니다. 이제 또 두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십년을 함께 하며 이제는 배우자가 나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된 아이들이 독립해 떠나고 막상 둘만 남으니,
모든 것이 재설정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단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온전히 나로서 그 사람을 만난 것이었는데.
수십년의 세월동안 그 사람도 나도 온전한 나가 아닌, 내 아이의 엄마로 아빠로,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사위와 며느리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제 각각 한 사람이 되어보니, 나도 나를 잘 모르고 또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구요.
어느 순간 앞을 보니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사람이 내 앞에 서있습니다.

이제는 다시 사귐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 알아보고 또 두 사람의 삶을 다시 설정중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희 부부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책입니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해당 도서 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 선물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