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바람그림책 128
지미 리아오 지음, 한미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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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미 리아오를 설명할 때면 따라오는 대만의 국민그림책 작가 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극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6살이 되기전 머나먼 산에 살던 소녀는 엄마, 아빠를 그리워했습니다.

도시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게 된 소녀는 이제는 산 속에 홀로 계신 할아버지와 하늘나라에 계신 할머니를 그리워하지요.


분명 온가족이 한 집에, 한 식탁에 모였는데 그저 침묵만이 흐를뿐이에요.

한 자리에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지않고 고요함만이 흐를 뿐이에요.

오븐 장갑을 낀 엄마 손엔 긴장감이 맴도는 차가운 스프그릇이...설마 저것은 상어???

벽에 걸린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이란 그림이 집안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서로가 함께 있지만 더이상 서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런 관계


엄마는 일에 외국 출장에 바쁘고 친구와 만남에도 바쁩니다.

늘상 휴대폰을 끼고 사는 아빠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요.

초록 새장에 갖힌 새 한 마리가 눈길을 잡아 끕니다.

화려한 새장에 갇힌 새 한 마리 어쩌면 소녀의 모습일지도 몰라요.


병이 깊어진 할아버지 소식에 걱정이 되던 겨울.

성탄절날 밤, 전화벨 소리에 모두가 놀랍니다.

이 모든 것이 악몽이길 바라는 날이 소녀에게 닥칩니다.



그리고 옆집에 이사온 한 소년이 소녀의 눈에 들어와요.

주변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마치 미로 속에 갇혀버린 듯한 소년.

아니 어쩌면 그 아이는 미로의 출구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보여요.


소녀는 넓은 하늘을 갈망하는 새장 속에 갇힌 새 같은데 말이지요.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본 두 아이는 그렇게 둘만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소중히 여기던 각자의 세계가 무너져내리던 날

두 아이는 무작정 도시를 떠나버리기로 해요.


소녀와 소년은 그렇게 숲 속으로 , 그렇게 소녀가 그리워하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어두운 밤 별은 이렇게 아름답게 반짝였다지요.


두 사람의 모험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요?

현실로 돌아오기는 너무나 싫은데 말이지요.

책장을 넘기며 만나게 되는 그림 한 장, 한 장이 이야기 서사 구조 다 무시하고서도 그 자체로 묵직한 이야기를 던져주는 그림책이에요. 페이지에서 뿜어내는 아이들의 외로움이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워서 둘이 떠나는 무모하고 대책없는 모험을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사춘기 순수했던 감정의 폭풍이 몰아치던 그 시절, 밑도 끝도 없이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고 부모님도 낯설고 진짜 내가 이 집 식구가 아니고 혹 주워온 것이라면 좋겠다. 내 진짜 부모님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형제 자매의 모습과 행동이 이해가 안되고 세상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이가 없을 거 같았던 그 시절.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 손 내밀어줄 그 누군가가 너무나 절실했던 그 시절의 순수함과 외로움이 떠올라서 이 둘의 이야기가 더 맘에 와닿았는지 모릅니다.

두 아이가 이름이 없는 건, 어쩌면 이 외로움이 나이나 상황 모든 것을 떠나서 우리 모두 내면에 내재된 감정이 아닌가 싶어요. 앞뒤 면지의 소녀와 소년 모습이 너무나 똑 닮아있는 모습은 어쩌면 구태여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내 안의 두 가지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장을 덮으려는데 제일 앞장, 작가의 헌사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지미 리아오

오늘 문득 외로움을 느끼는 당신에게 이 책이 선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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